의정갈등 장기화, 제약업계 ‘직·간접적’ 타격 우려..“2분기가 분수령”

상급병원에 의약품 공급량 30% 감소
전통 제약사 중심으로 2분기 실적 하회 전망
임상시험 진행 건 수도 줄어..신약 개발도 차질

서재필 기자 승인 2024.04.24 10:27 의견 0

의정갈등 장기화로 제약업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제약업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병원의 환자 진료 감소로 치료제 판매도 위축될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도 줄면서 신약 개발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와 의사간 대립이 두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그간 고수하던 2000명 의사 증원을 1000명으로 50%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의사협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로 급하게 투입된 의대 교수들도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의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제약회사들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증권사들도 제약사들의 올해 1~2분기는 숨고르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료인 대상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 개최도 어려워지면서 제약사 영업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임상 결과 도출 시기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통 제약사, 2분기부터 직·간접적 실적 영향 우려

업계는 올 2분기가 제약사 매출 감소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제약사가 병원간 공급계약은 분기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들의 1분기 실적은 무난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 의약품 제조 위주 전통 제약사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IBK투자증권은 23일 항암제 매출 1위 보령제약이 1분기 외형 성장은 이루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매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의정갈등이 지속될 경우 일부 품목의 성장 정체로 2분기 매출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형 병원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제약사들의 영업 활동도 위축됐다. 일부 상급병원은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사들의 쇼케이스인 심포지엄도 상당수 취소됐다.

국내 임상시험 건 수도 줄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현황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현재(24일)까지 등록된 임상시험 진행 건 수는 16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4% 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과 입원 건수가 감소해 마취제, 진통제, 수액 등 의약품 공급량이 30% 줄었다”며 “진료도 감소하면서 제약사들의 매출을 책임지던 고가의 항암제 처방 건수도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