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사기 목록'에 포함된 불법 리딩방..유명인 사칭까지 등장

우용하 기자 승인 2024.03.10 13:1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과 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수법은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가 SNS 광고 속 링크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하면 은밀한 고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그를 초대한다.

초대된 채팅방 참여자 수십 명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한다. 이를 본 투자자가 자신도 참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인물이 매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앱을 설치하고 안내한 대로 돈을 입금하면 실제 앱 화면에는 매수 내역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 종목은 실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가짜 매매 앱을 활용한 사기다. 투자자가 점차 투자 금액을 늘린 후 출금을 시도하는 순간 시간이 걸린다는 등 핑계를 대며 미루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식이다.

사기가 성공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광고가 줄을 이었다. 최근 유튜브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투자자'로서 무료 투자 강의를 한다는 사칭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초대한 단체 채팅방은 바람잡이들로 가득하다. 이들 메시지 대부분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를 돌려 만든 가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피해액은 1266억 원에 이른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가지를 추렸던 악성사기 목록에 투자리딩방 사기도 포함했다.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 스미싱(미끼문자 등) 등 '10대 악성사기'를 상대로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게 경찰의 목표다.

다만 투자리딩방 사기 범행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지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탓에 경찰 역시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낸 임채원 변호사는 "피의자를 잡더라도 주범까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탓에 결국 대포통장을 개설해 준 사람 정도만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리딩방 사기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임 변호사는 "재화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사기 혐의가 신고 대상이 되고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인데 심도 있게 검토해서 리딩방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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