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슬롯 내주고 고지 눈앞..美·日 조건 출혈 얼마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올 상반기 마무리..EU 내달
美, 복병될 수..DOJ 독점 제기·슬롯 더 요구 가능성
日에 대한항공 중복노선 반납 제시 예상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1.26 07:00 의견 0
대한항공 '보잉 787-9' (자료=대한항공)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올해로 3년 넘게 끌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이번 상반기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승인 확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남은 미국과 일본 당국 결정만 남겨 둔 상태라 대한항공과 양국이 각각 어떤 조건을 내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오는 6월까지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EU는 다음달 14일 전까지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에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EU가 대한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남은 경쟁당국은 미국과 일본 뿐이다. 두 곳만 승인하면 대한항공은 명실공히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대한항공이 EU 요구조건에 맞춰 꼬박 3년을 시정조치안을 수정한 결과다. 업계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EU 문턱을 넘은 만큼 미국과 일본도 비슷한 수준의 조건승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항공사 합병에 보수적인 미국이 복병으로 작용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불발될 경우 그간 대한항공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대한항공이 미국과 일본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걸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 'A321 NEO' (자료=아시아나항공)

■ 美 복병될 수..DOJ 독점 제기·슬롯 더 요구 가능성

미국 경쟁당국은 시장 경쟁 저해 차원에서 항공사 합병에 강경한 편이라 미국 측 허들이 EU보다 높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5월 미국 법무부(DOJ)가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내 경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결합을 막는 것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미국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 DOJ와의 대면 미팅에서도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타임라인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미국이 여객 독점을 문제 삼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미주 13개 노선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노선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미국은 3대 항공사간 경쟁도 치열하다. 결국 미국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운송권과 슬롯을 얼만큼 국적사로 배분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르면 미주 5개 노선에서 양사 합산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다만 이 기준은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에 진입하기 전임을 감안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가 미주노선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점 ▲한미 노선의 주요 승객이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인 점 등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에 보유 기재와 조종사, 승무원을 에어프레이미아에 넘기는 방안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DOJ가 여객노선 독점을 계속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이 EU보다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 대한항공 출혈이 예상외로 클 것이란 반응이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미국은 항공사 합병 시 노선반납이나 슬롯을 거래하는 사례가 많아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알 수 없다”면서 “이번 제트블루(저비용항공사)의 (스피릿항공) 합병 제동 사례는 대한항공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日 슬롯 요구 가능성..대한항공 중복노선 반납 예정

대한항공은 일본 승인을 얻기 위해 양사 중복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과 한국이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은 만큼 무리한 슬롯 반납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ANA(전일본공수)와 아시아나의 공동 운항이 사라지는 만큼 일본도 한일 노선에서 더 많은 슬롯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영국 심사를 통과했을 때도 런던 히드로공항 슬롯을 내줬다. EU 승인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내주고 따냈다. 미국과 일본 심사에서도 대한항공은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양국 요구를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할 경우 합병이 무산되는 데다 이미 대한항공이 EU에 슬롯을 내준 전례가 있는 만큼 양국은 자국 항공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심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국가가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도 대한항공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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