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상장 10곳 중 8곳, 미래 영업이익 ‘뻥튀기’..금감원, 제도 개선 나서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2.07 14:59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 10곳 중 8곳이 실적 추정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스팩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 ‘뻥튀기’ 행태를 막기 위해 공시 제도 개선에 나섰다.

7일 금감원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팩 상장한 기업 139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미달 기업의 비중은 평균 76.0%, 영업이익 미달 기업의 비중은 평균 84.1%였다.

스팩 상장 기업 실적 추정치와 실제치 비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나 실제치는 469억원으로 추정치에 비해 17.8% 미달했다.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의 경우 106억원이나 실제치는 44억원으로 58.7%나 낮았다.

비상장 우량 기업을 발굴해 합병 상장 시키는 스팩 상장은 기업에게 신속한 상장과 안정적인 자금모집 경로를, 투자자에게는 M&A 투자기회를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이 과다하게 추정되면서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적용되고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스팩 상장 기업인 바이오기업 A사는 특정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을 통해 향후 143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등이 지연되면서 매출발생 예정일이 1년 이상 지난 후에도 관련 매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스팩상장 기업인 B사는 콘텐츠 관련 수주 진행 중인 모든 건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 해당 사업부 매출만 346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실제 매출액은 추정치의 10분의 1 수준인 35억원에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등 스폰서와 외부평가법인이 기업가치 고평가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합병성공 및 업무수임을 우선하는 등 그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보호 노력이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회계법인 평가이력 등 공시를 강화하고 상대가치 활용도를 높이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1분기부터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이 개정된다.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 외부평가 이력, 외부평가업무 외 타업무 수임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고 스팩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중 비교군이 없어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현금흐름할인법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가치 활용도를 높인다. 상대가치는 유사기업의 재무지표(PER, PBR)와 주가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산출한 가치다.

금감원은 전날 회계법인과 실무간담회를 통해 미래실적과다추정 사례를 전파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금감원은 회계법인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이해상충을 관리하는 등 평가업무의 객관성을 제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개정, 상대가치 비교공시 활성화 등 제도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미래 영업실적 추정의 근거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등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