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마무리하는 11번가 새 주인은?..韓 이커머스 재편 가능성도 '솔솔'
11번가 첫 희망퇴직 이번주 마무리..매각 수순
SK스퀘어 콜옵션 포기로 FI, 이달 중순부터 드래그얼롱 가능
큐텐·알리바바·아마존 등 인수후보..최근 큐텐 불발, 재협상 예상
알리익스프레스 인수 시 韓 이커머스 시장 재편 가능성
12일 테크토크서 안정은 사장 참석..김지승 CTO 키노트, Q&A 진행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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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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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11번가 희망퇴직 신청이 이번 주 마무리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희망퇴직인 만큼 강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큐텐 협상마저 결렬돼 11번가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최대주주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결론내면서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매각 권한(80.3%)이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 PEF 운용사 H&Q코리아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로 넘어갔다. 사실상 강제 매각인 셈이다.
SK스퀘어는 5년 IPO(기업공개)를 조건으로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당시 기한 내 IPO를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콜옵션을 포기한다는 조건이다.
지난 9월 IPO 불발에 이어 최근엔 싱가포르 글로벌 직구 플랫폼인 큐텐과의 협상마저 무산되면서 FI는 이달 중순부터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11번가의 첫 희망퇴직 실행이 매각 전 몸집 줄이기 과정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1번가 노조는 희망퇴직 신청이 공지되자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노조는 경쟁력을 회복할 쇄신안과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희망 퇴직 신청이 매각과 관련이 있을 거란 추측도 내놨다.
11번가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매각이나 투자유치 등 이슈와는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11번가와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며 이번 프로그램으로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견고한 인적 구성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희망퇴직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11번가는 2025년 턴어라운드를 위해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며 퇴직 프로그램으로 인한 조직 효율화 역시 11번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각설에 대해서는 “SK스퀘어 측에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당사 역시 따로 입장을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중론은 11번가 매각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SK스퀘어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계속 매각을 추진하며 원매자를 찾고 있다.
이 관계자는 “SK스퀘어는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상관없이 원매자 찾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이커머스 업황이 너무 안좋다 보니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적합한 투자자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어 “최근 큐텐과 협상을 벌였지만 각자 조건이 많지 않아 딜 브레이크(협상 결렬)가 됐다”면서 “알리도 11번가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큐텐 외 또다른 알리바바와 아마존도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아마존은 현재 11번가와 직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확장을 위해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입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품 논란과 CS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 신뢰성을 높이고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11번가를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열리는 알리익스프레스 기자간담회에선 이에 대한 질문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와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도 이날 알리익스프레스가 11번가 인수 가능성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큐텐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 등을 인수한 바 있다.
11번가 기업가치는 5년 전 FI 투자 당시만 해도 2조75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큐텐과의 협상 과정에서 1조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1500억원을 넘어섰다.
11번가는 오는 12일과 13일 양일간 ‘테크토크 2023’을 개최한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김지승 CTO가 ‘AI 기술’을 주제로 키노트를 발표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Q&A 세션도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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