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둔화' 먹구름 걷어내..충전·정비 네트워크 확충 가속

글로벌 EV 점유율 3.0%p↓..피크아웃 우려
"블루핸즈 1000개소 이상서 전기차 정비 가능"
BMW·GM 등과 조인트벤처 설립..충전 인프라 협력

이정화 기자 승인 2023.11.20 10:46 의견 0
현대자동차가 전국 블루핸즈 1000개소 이상에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하도록 정비 네트워크를 확대 구축했다. 사진은 블루핸즈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아이오닉 5' 차량.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1위 완성차 기업'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활황을 가로막는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팔을 걷었다. 정비·충전 네트워크를 확대하거나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전기차 접근성을 높이는 등 발빠른 선제 대응으로 수요 둔화에 맞선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누적 기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현황은 7만9313대로 1년 전보다 9.4% 줄었다. 작년 총 12만3772대가 팔려 전년보다 73.2% 뛰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증가세가 확 고꾸라졌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등록대수가 1377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상반기 예상치(1484만대)보다 7.2%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 성장률도 2021년 세 자릿수 성장률에서 올해 30%대로 떨어진다는 추측이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딘 20%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

그간 전기차는 탄소중립 정책과 코로나19 펜데믹 확산으로 성장세가 가팔랐다. 시장에서는 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아웃'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한다.

현대차와 기아도 이런 추세를 피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비중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올 1~8월 기준 10.6%로 지난해 13.6%보다 3.0%포인트 줄었다.

앞서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3만대와 25만8000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9월까지 22만대와 16만대 수준가 팔려 남은 기간 동안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를 올해 목표치의 6배 이상인 360만대(현대차 200만대·기아 160만대)로 설정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핵심 요인인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채우는 데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 정비 네트워크 확대·초급속 충전소 설치 '박차'

우선 현대차는 이달 14일 전국 블루핸즈 1000개소 이상에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하도록 정비 네트워크를 확대 구축했다. 지난해까지는 전국 1200여개 블루핸즈 중 514개소 이상에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했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전기차 정비 기술인증제인 '현대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을 수료한 엔지니어를 블루핸즈마다 최소 1명 이상 배치해 체계적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계속해서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블루핸즈의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9년에도 인프라 마련의 중요성을 인식해 초급속 충전소인 '하이차저' 시설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BMW, GM, 혼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인트벤처는 오는 2030년까지 초급속 충전소 3만개 이상을 미국 전역에 설치한다. 이들 회사는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에 우리 돈 1조2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비중 증가가 필연적인 만큼 수요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당분간 수요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기아 역시 충전 시장을 공략해 수요 심리를 회복시키고 미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의) 주요 소비자가 얼리 어답터에서 일반 소비자로 변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잠깐의 허들(수요 감소)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정비 역량을 강화해 더욱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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