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친필 담긴 초연 악보 '중국의 그림', 통영 윤이상기념관에 기증
작품 위촉 및 초연한 거장 발터르 판 하우어, 소장 악보 네덜란드서 통영으로 가져와
김영훈 기자
승인
2023.09.22 11:40
의견
0
[한국정경신문(통영)=김영훈 기자] 네덜란드의 거장 리코더 연주자 발터르 판 하우어(발터 판 하우베)가 윤이상의 '중국의 그림'(Chinesische Bilder) 초연 악보를 윤이상기념관에 기증했다.
22일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 초연 악보를 윤이상기념관에 기증한 발터르 판 하우어는 "이 악보가 있어야 할 곳은 나의 집이 아니고 이 기념관이다. 그의 음악이 그의 집에 돌아왔을 뿐이다. 이 작품을 윤이상의 고향, 통영으로 가지고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악보는 윤이상에게 작품을 위촉한 발터르 판 하우어가 세계초연 당시에 사용한 악보로 윤이상이 직접 필사한 것이다. 초연 당시 발터르 판 하우어가 연주 기법에 관해 기록한 메모 또한 담겨 있어 학술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 작품의 원본 자필 악보는 윤이상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
윤이상의 1993년 작품인 '중국의 그림'은 리코더 또는 플루트를 위한 독주곡으로 제1곡 '전원의 방문자'(Der Besucher der Idylle), 제2곡 '물의 은둔자'(Der Eremit am Wasser), 제3곡 '원숭이 재주꾼'(Der Affenspieler), 제4곡 '목동의 피리'(Die Hirtenflöte)로 구성돼 있다. 1993년 8월14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초연됐으며, 올해로 작곡 및 초연 30주년을 맞았다.
윤이상은 이 작품 중 "제3곡 '원숭이 재주꾼'이 유년 시절 통영에서 경험한 '원숭이 놀이'와 관련 있다"며, "당시에는 심심치 않게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국인들이 원숭이를 데리고 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했다. 그 음악은 정말로 '원숭이 음악'이라고 불렸는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발터르 판 하우어는 네덜란드 델프트 출신 리코더 및 바로크 플루트 연주자이다.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프란스 브뤼헌을 사사했고, 또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프란스 브뤼헌 등 고음악의 거장들과 협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암스테르담 음악원 및 영국 왕립음악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그가 리코더 연주법을 단계별, 양식별로 정리한 3권짜리 저서 '모던 리코더 플레이어'는 오늘날 리코더 전공생들의 중요한 참고 문헌이 되고 있다.
발터르 판 하우어는 최근 '한국리코더연주자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3 춘천리코더페스티벌'을 위해 내한해 연주, 콩쿠르 심사 및 마스터클래스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 8월29일에는 한국리코더연주자협회의 김규리 회장과 함께 통영 윤이상기념관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윤이상에 관한 자료를 열람하고 기념관 내 연주회장인 '메모리홀'에서 '중국의 그림'을 연주하며 윤이상과 나눴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