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휘둘리기 싫어"..정유업계, 사업다각화 무기로 '바이오' 지목

상반기 영업익 11조 뚝..정제마진 하락 탓
바이오항공유 수요 확대 전망..설비 구축 속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9.20 13:07 | 최종 수정 2023.09.21 08:22 의견 0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항공유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등락에 따라 실적이 하늘땅을 오가는 구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며 안정적 수익 기틀 마련에 힘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총 1조4000억원을 거뒀다. 1년 전(12조원)과 비교해 무려 11조원 가까이 빠졌다.

실적 급감은 정제마진 하락 때문이다. 정제마진의 통상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인데 올해 4~6월 정제마진은 배럴당 2~5달러 수준에 그쳤다. 덩달아 유가도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약세다보니 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2분기만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GS칼텍스도 200억 손실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이 98% 줄고 HD현대오일뱅크는 97% 쪼그라들었다.

반면 하반기에는 다시 흑자전환하거나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제마진이 오름세를 타는 데다 겨울철 난방 등 영향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유가 흐름은 불확실성이 커 외부 변수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뒤바뀔 수 있어서다. 정유사들이 호전망과 상관 없이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이유다.

특히 바이오항공유(SAF)는 떠오르는 미래 먹거리다. SAF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유럽에서 오는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친환경 항공유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선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1년 6월 정유사 최초로 대한항공과 'SAF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2025년 상반기까지 SAF 생산 공장을 구축해 연간 50만톤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도 대한항공과 SAF 실증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다. 작년 7월에는 LG화학과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친환경 바이오 원료 상업화를 위한 실증플랜트를 착공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21년 삼성물산과 수소·바이오 등 에너지 신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바이오디젤과 SAF 등을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울산콤플렉스에 SAF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사업은 필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제마진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 석유화학과 수소 등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원을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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