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재점화] ②“회복은 장기전·영향은 글쎄”..뷰티업계, 글로벌화·면세점 기대↑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6.01 15:26 | 최종 수정 2023.06.01 16:48 의견 0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수출은 대부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한류 제한령(限韓令·한한령)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최소되는 등 한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편집자 주>

화장품을 구경하는 소비자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뷰티업계의 전망이 고성장의 주역이던 중국 시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중국은 국내 화장품 시장의 해외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존재감이 큰 시장이다. 엔데믹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뷰티업계는 중국의 한한령 재발 우려에 착잡한 심정이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조3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과 홍콩이 각각 60.7%, 26.9% 성장했고, 미국은 17% 성장한 296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감소세다. 수출액 전체에서 중국 비중은 ▲2020년 50% ▲2021년 53% ▲2022년 45% ▲2023년 1분기 34%다.

중국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올해 1분기 13%)보다 여전히 절대적인 매출액은 높지만, 지난 2021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사드보복 이후에도 국내 화장품 시장 전체에서 중국 성장세는 지속됐다. 특히 LG생활건강은 큰 타격 없이 약 18년간의 실적 성장을 이어온 반면 작년부터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뷰티업계 ‘투톱’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아직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 상태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매출 1조6837억원과 16.9% 감소한 영업이익 145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해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은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 1조91억원과 영업이익 8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52.3% 감소한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59.3% 감소했다. 국내 사업은 면세 채널이 부진했고 해외 사업은 중국 매출이 하락했다. 면세점 매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이 부진했다는 의미다.

국내 뷰티업계의 실적은 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관광객이 유입되면 덩달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화장품 수요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중국의 제 2의 한한령 가능성에 단기간 내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중국 시장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불확실성’이 빠지지 않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소비재다보니 대외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는 여러 가지 사안으로 관계가 악화하거나 회복돼왔기 때문에 기존과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물리적인 교류가 끊기고 중국 시장 내 애국소비 등이 활성화하는 등 트렌드가 많이 변했다. 오히려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 면세 채널을 중심으로 회복을 기대한다. 다만 예년 수준의 회복은 장기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면세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화장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품목별 매출 비중에서 화장품·향수는 82%를 차지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의 면세점 비중도 높다. 작년 국내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약 37조원인데, 그중에서 면세점 화장품 매출액이 약 13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뷰티업계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일본 등 영토를 넓히는 글로벌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점유율은 지난 2017년 22%에서 지난해 13%로 축소됐다. 중국 시장 내 해외는 물론 현지 뷰티 브랜드가 성장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못 내면서 ‘탈중국’이라는 표현이 생겼는데 절대적인 시장 규모 상 탈중국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북미 시장은 본래의 비중이 작아 성장성은 높지만 인종 차이로 인한 피부 등 조건이 달라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특정 시장이 아닌 수출국 다변화로 K뷰티의 글로벌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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