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야구 불모지서 부는 야구 열풍..불가능의 가능성 확인

편집국 승인 2023.02.23 09:33 의견 0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 [자료=헐크파운데이션]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이 하노이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지난 21일 참가국 중 가장 먼저 라오스에 입국했다.

도착한 날부터 야간 훈련. 피로도 잊고 바로 DGB 구장을 찾아 더운 날씨에도 훈련을 시작한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의 열정적인 모습에 마음이 흐뭇하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기본기가 부족한 베트남 선수를 가르치는 박효철 감독의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운다. 국제대회 출전 선발 라인업에 선발되기 위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이 더해져 야구장의 열기가 대단하다.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도 힘든 기색 없이 박효철 감독의 지시에 모두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제일 약한 현재 베트남 야구의 현주소를 너무나 잘 알기에 박효철 감독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다른 국가와의 시합을 통해 야구 기본기의 중요성과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고 한 걸음 더 발전하는 베트남 야구를 그는 구상하고 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라오스 국가대표팀 간의 연습 경기가 이어졌다. 꽤 흥미로운 매치이다. 물론 곧 대회에서 공식 경기에서 맞붙게 되는 두 나라지만 현재 두 팀의 전력을 볼 수 있기에 관심이 쏠렸다.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고 몇 년 전 야구 전파를 시작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두 번째 국가 베트남이 공교롭게 대회 첫 개막전 경기가 성사된 것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흥미롭다. 사실 베트남은 라오스보다 약 13년이나 앞서 야구를 시작하고 국제대회까지 참가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베트남 야구가 오랫동안 명맥이 끊어져 버린 것과 달리 라오스 국가대표팀은 10년 동안 꾸준하게 매일 훈련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베트남은 경제적 기반이나 여러 여건에서 라오스보다 뛰어난 국가이지만 협회를 통한 조직적인 훈련 체계를 갖추거나 국가대표팀을 통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최근에야 다시 시작되었다.

야구라는 종목은 매일 연습하고 조직력을 갖추어야만 좋은 기량을 갖출 수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고 하노이, 호찌민, 다낭 선수가 함께 라오스에서 첫 합동훈련을 가진 베트남과 매일 한 팀으로 한 공간에서 훈련을 해 오고 있는 라오스의 경기 결과는 너무나 자명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라오스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체격 조건을 지녔고 좋은 장비와 여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매일 목표를 가지고 훈련에 열중하는 라오스와의 실력 차는 분명하게 존재함을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친선경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1회부터 치열한 시합이 펼쳐졌다. 1회 초. 라오스 팀이 18살, 투수와 라이트 필드를 보고 있는 흐(Hue) 선수의 그라운드 러닝 홈런(Running homerun) 선취 2득점을 얻었다. 곧이어 1회 말 베트남의 공격. 1번 타자가 몸쪽 깊숙하게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진루했다. 이어진 진루타와 득점타로 홈으로 여유 있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슬라이딩으로 추격 점수를 얻었다.

5회까지 치러진 경기에서 실력 차를 드러내며 많은 점수 차로 진 베트남. 또한 많은 득점에도 ‘적당히’가 없이 끝까지 시합에 최선을 다한 라오스. 양 팀 모두 무더운 날씨 속에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치열했던 경기만큼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대회 3일 전에 입국하자마자 잠깐의 휴식도 미룬 채 야간 합동훈련을 실시한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과 그 선수들을 대표하는 베트남 야구협회장 쩐득판 회장이 보여준 열정이다.

쩐득판 회장은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곧장 야구장으로 와서 1회부터 경기장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하며 경기가 끝나고 실시한 연습까지도 그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지켰다.

라오스의 형님 국가로 여겨지는 베트남이 예상 밖 큰 점수 차로 대패하며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여기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존심을 가진 나라이기에 훗날 이 경기를 마음 깊이 새길 것이다.

만 2년 만에 라오스 야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라운드에 서니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뛴다. 이제 이틀 뒤면 고대하고 기다렸던 국제대회가 열린다. 비록 기량이 많이 떨어지고 점수 차가 나더라도 이들에게는 다시 없는 큰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대회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야구가 한층 더 성장하고 부흥하리라 믿는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이 가능함을 증명해가고 있는 시간이다. 야구 불모지 라오스와 베트남에서 불기 시작한 야구 열풍, 지금은 큰 점수 차이로 대패를 했지만 언젠가 성장하여 가능성을 보여줄 베트남 야구대표팀, 동남아시아를 축구 열기로 사로잡았던 스즈키컵처럼 동남아시아를 야구 열기로 채울 DGB 컵 동남아시아 야구대회 개최까지.

불가능의 가능성을 야구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라오스, 베트남 , 태국, 캄보디아 화이팅.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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