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원자재 값 내리는데”..식품 가격 줄줄이 인상, 왜?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1.27 15:15 | 최종 수정 2023.01.27 17:57 의견 0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설 명절 이후 식품 가격 인상 소식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쌀·육류·유제품 등 원재료 가격은 안정되는 추세지만, 국내 식품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는 모습이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주 삼다수 [자료=제주도개발공사]

■ "지갑 열기 무섭다"..내달부터 줄줄이 오르는 가공식품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설 명절 이후 식품·외식업계는 내달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라면·우유·장류 등 생필품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올해 초 음료와 가공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서 가격 인상을 알렸다.

우선 생수·주스 등 음료업체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웅진식품은 하늘보리 등 음료 20종의 편의점 가격을 평균 7% 인상할 예정이다. 주류의 경우 오는 4월부터 주세 및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라 소주·맥주·탁주 등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제과·빙과류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슈퍼콘 등 빙과류 7종을 200원 올린다. 롯데제과는 몽쉘·빼빼로·꼬깔콘 등 제과류와 죠스바·월드콘 등 빙과류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300원 올린다. 롯데제과(롯데푸드)는 햄·핫바·냉동만두 등 가공식품 가격도 200~400원 올릴 예정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리아는 버거를 포함한 84개 품목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 SPC는 파리바게뜨의 식빵·케이크 등 95개 품목 가격을 6.6%,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립 크림빵 등 주요 제품도 200~300원 올린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인데..글로벌 의존도 높아 '시차' 존재

반면 지난해 급등했던 곡물·육류·유제품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밀·대두 등 글로벌 곡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밀의 경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4.7%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수출국의 기상변화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수급불균형에 의해 최고점을 찍었으나 현재 주요 수출국의 작황이 양호해 향후 곡물 가격은 하락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도 올해부터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음용유와 가공유를 구분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돼 가공유의 경우 원유 가격이 전년 대비 15.5% 낮아졌다. 국산 쌀과 한우 역시 값이 떨어졌다.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다.

식품업계는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나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밀·유지류 등 식품 원재료의 5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원재료 가격 변동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존 비축 물량이 있어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았으나 3~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따라 식품의 원재료가 원가 비중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원재료 값뿐 아니라 포장재·인건비·물류비가 상승하고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식료품 가격 인상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민생 경제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가격 안정화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CJ제일제당·롯데제과·SPC 등 주요 식품제조업체 12개를 대상으로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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