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지휘봉 잡은 ‘첫 여성 CEO’ 이정애 사장..첫 과제는 적신호 켜진 ‘실적’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2.06 15:50 | 최종 수정 2022.12.07 11:29 의견 0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 [자료=LG생활건강]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LG생활건강이 18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변화하는 국내외 뷰티업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모습이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적지 않다. 흔들리는 실적을 회복하고 북미·일본 등 해외 시장에 안착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18년 동안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온 차용석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였다.

이정애 사장은 LG그룹 최초의 신입사원 공채 출신 여성임원이다. 이 사장은 1986년 입사해 LG생활건강의 사업부를 두루 거쳤다. 우선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해 헤어케어·바디워시·기저귀 등 생활용품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에 선임되고 차별화 마케팅을 통해 생활용품 시장의 1등 지위를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직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사업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2015년 말 부사장 승진 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숨·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했다. 특히 궁중 럭셔리 브랜드 ‘후’는 ‘왕후의 궁중 문화’라는 럭셔리 마케팅을 통해 지난 2018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음료 사업 부문에서는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른 전략을 통해 성장을 견인했다. 이 사장은 2019년 음료 사업을 맡아 적극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야외활동이 줄었던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온라인과 배달음식 채널의 범위를 확대해 음료 제품 주요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정애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및 음료사업부장을 역임해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이 사장이 짊어질 짐은 적지 않다. 우선 악화 중인 실적이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4% 감소한 5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582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901억원으로 2017년 이후 5년여 만에 2000억원대 이하로 하락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부진해 수익성이 축소됐다.

LG생활건강의 부진은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출발한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해외 사업 확대로 중국 시장의 성장세에 몸집을 불렸으나 그 덕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 이후 중국의 봉쇄 정책 및 소비 둔화로 인해 경기 전반이 침체되자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역시 악재다.

이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마케팅 역량을 토대로 북미·일본 등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신시장에서의 브랜드 입지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생활건강은 M&A를 통해 북미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2020년 이후 ▲리치 북미·유럽 사업권 ▲미국 보인카 ▲미국 더크렘샵 등을 인수한 바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소비둔화로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나 중국 시장 정상화에 대비해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 육성하고 있다”며 “북미와 일본에서는 높아지는 K뷰티에 대한 관심과 현지 감성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