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쿠팡, 국내 증시 아닌 美 나스닥 상장 이유는?

박수진 기자 승인 2021.01.20 16:32 의견 0
쿠팡 로고 [자료=쿠팡]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쿠팡이 이르면 올 2분기 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가 아닌 미국 증권 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하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나스닥 예비심사 통과..이르면 오는 3월 상장

20일 업계 및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업 중 최소 6곳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 중 쿠팡은 올해 2분기(4∼6월)에 상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에 27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37%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기업 가치를 300억달러(33조원)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쿠팡이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이르면 오는 3월 상장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상장 추진 대상이 국내 쿠팡 법인인지 미국 모회사 쿠팡LLC인지 알 수 없지만,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쿠팡LLC를 상장 대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쿠팡LCC가 상장되려면 주식회사 전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오랜 계획 중 하나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현 이사회 의장)는 설립 이듬해인 2011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장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쿠팡 브랜드와 지역, 여행, 상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스닥에 직접 상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 알베르토 포나로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외국인 임원을 잇달아 선임함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나스닥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4조원 대 누적 적자 부담..미국서 높은 가치로 주식 시장 입성

일각에서는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 시장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적자 규모’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쿠팡은 설립 이후 공격 마케팅 및 투자 등으로 4조원 대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까지 누적 적자가 3조7000억원, 여기에 지난해 적자 추정치(약 6000억원~1조원)를 더하면 4조원 중반으로 불어난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특례상장 통로인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요건)’을 통해 코스닥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적자 규모가 너무 커 국내 상장은 힘들 것이란 평가다.

또한 국내서 상장이 가능하다 해도 적자 규모와 비슷한 업종의 상장사가 없다는 점 등이 고려돼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즉 이커머스 등 신사업이 발전한 미국에서 보다 높은 가치로 주식 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주주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에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글로벌 투자로 성공한 만큼 쿠팡 역시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 시장 상장을 검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주 쿠팡 나스닥 상장 소식에 일명 ‘쿠팡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20일 지난주(11∼15일)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투자주의’ 66건, ‘투자경고’ 6건, ‘거래정지’ 3건 등 총 76건에 대해 시장경보조치를 내렸다. 거래소는 쿠팡 나스닥 상장 관련주, 애플카 이슈에 따른 자동차 관련주,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정치인 테마주 등이 주로 시장경보조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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