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미국식 제조·판매 분리 가속화..한화 이어 미래에셋도 전속설계사 GA로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2.02 17:38 의견 0
미래에셋생명 본사 전경 (자료=미래에셋생명)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보험업계에서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제·판(제조·판매) 분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전일 보험 판매조직을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분사하기 위한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생명 전속 보험설계사 3300명은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분리될 예정이다.

새로 설립하는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자사 보험상품 뿐만 아니라 종합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본 증자와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래에셋생명은 판매조직 분리 후 상품 개발과 서비스 중심 생명보험사로 발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GA와 은행(방카슈랑스)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혁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 차승렬 채널혁신추진단장은 "글로벌 선진 보험시장은 이미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가 빨라지는 추세"라며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모두의 동반성장을 위해 판매조직 분리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한 보험사에 소속돼 해당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 개념 자체가 없다. 보험 상품개발은 보험사에서, 판매는 판매전문회사에서 각각 나눠서 맡는 '제판분리'가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한화생명 본사 전경 (자료=한화생명)

한화생명도 설계사 영업조직 전체를 분사해 판매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지난 달 "영업부문 선진화를 위해 전속 영업조직 법인 설립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이르면 내년 초 전속 설계사 영업조직을 분리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GA와 유사한 영업 법인을 설립한다면 본사에는 전략 수립, 상품 개발, 자산 운용 등이 남고 영업조직은 대부분 자회사로 이동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설계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초 분리 운영 중이던 소규모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했다.

한화생명의 변화 조짐은 최근 이뤄진 인사에서도 예고된 바다. 지난달 2021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하면서 영업부문은 내년 초에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독립된 설계사 조직이 생기면 본사 입장에서는 지점 유지비,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며 "여러 회사의 상품도 판매가 가능해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생명 본사 전경 (자료=신한생명)

신한생명은 리더스금융판매의 영업권 인수에 나서며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 8월 금융지주 소속 보험사 중 첫 번째로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자본금 200억원으로 신한생명이 100% 출자했다. 조직규모(설계사 재적)는 100명 미만으로 신계약 매출 역시 아직 미미한 상태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생명보험사 상품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판매상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디지로그(Digilog) 시대에 맞는 온·오프라인 영업모델, 인슈테크 기반의 영업환경 구축, 안정된 자본금, 신한금융그룹의 브랜드 등을 통해 기존 GA와 차별화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GA업계 5위권인 리더스금융판매의 영업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리더스금융판매 현재 6000명이 넘는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외부로 이동하는 설계사 수는 약 4000명 수준이다. 이 중 신한금융플러스와 영업양수도 계약으로 이동하는 리더스금융판매 설계사 수는 재적인원 기준으로 약 2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다시 자회사형 GA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대형 보험사들에서 변화가 일면서 GA업계 전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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