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애착'신동빈·정용진의 뚝심..국내외 신규 오픈, 코로나에도 '계획대로'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9.17 15:56 | 최종 수정 2020.09.20 01:08 의견 0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오히려 호텔 사업 확장에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이들은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국내외에서 신규 호텔을 오픈하거나 적자를 무릅쓰고 추가 투자를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 롯데 '글로벌 무대' 공략 vs 신세계조선 '비즈니스 생태계' 완성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24일 미국 시애틀에 현지 두 번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LOTTE HOTEL Seattle)’을 오픈한다. 

롯데호텔시애틀은 업무중심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가 있는 5번가에 위치해 있다.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약 20km 거리에 있다. 44층 높이의 빌딩 1층부터 16층에 3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189실을 보유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프랑스의 스타 디자이너 필립스탁이 맡았다. 각 객실의 통유리창으로 시애틀의 스카이 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샤롯데 레스토랑 앤 라운지’를 포함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롯데호텔시애틀은 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 괌에 이은 롯데의 세 번째 미국 지역 호텔이다. 호텔 부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스타벅스 등 주요 기업의 본사와 애플·디즈니 같은 기업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어 글로벌 기업의 각종 행사 수요가 기대된다.

롯데호텔 시애틀은 롯데호텔이 지난해 말 미국계 사모펀드 스탁브릿지(Stock Bridge)로부터 인수한 럭셔리 호텔이다. 롯데호텔은 이 호텔을 하나금융투자와 공동 투자로 인수해 직접 매입보다 부담이 적은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을 선택했다. 인수금액은 1억7500만 달러다. 

롯데호텔은 시애틀을 통해 미국 공략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호텔은 2014년 6월 ‘롯데호텔괌(Lotte Hotel Guam)’, 2015년 8월 ‘롯데뉴욕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를 개관했다. 두 개의 미국 호텔을 보유 중이지만 서부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다음달부터 내년 봄까지 부산·제주에 이어 서울 강남·을지로·경기 판교에 신규 호텔을 잇따라 선보인다.

먼저 다음달 7일 부산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을 리모델링한 ‘그랜드 조선 부산’을, 같은달 말에는 서울 을지로3가에 신축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을 연다. 이어 오는 12월에는 제주 중문단지의 켄싱턴 호텔 제주를 리모델링한 ‘그랜드 조선 제주’와 경기 판교역에 신축한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오픈한다.

내년 4월에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부지에 신축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을 개장한다. 강남권을 들썩이게 할 최상급 호텔 브랜드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럭셔리 컬렉션’과 국내 최초로 제휴를 맺었다.

성장 잠재력 충분 판단 속 업계 "중장기 플랜 지켜봐야" 신중

업계에서는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호텔 몸집 키우기에 나선 데는 국내외 호텔 산업의 성장 잠재력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6월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 직접 참석해 호텔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신 회장이 공식 행사에 참여한 것은 7개월 만이었다. 또한 올해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호텔 부문은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롯데호텔 국외 진출을 놓고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호텔롯데가 국외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상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2015년 8월부터 물밑에서 검토돼 왔으나 신 회장이 검찰 조사와 구속 등을 겪으며 현재 중단된 상태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호텔롯데 상장이 재추진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불매운동 및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금도 쉽지 않은 상태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에 이어 유통업의 가치 사슬을 잇는 신세계만의 비즈니스 생태계 완성을 위해 호텔 사업에 큰 애정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모기업인 이마트는 지난 3월 말 신세계조선호텔에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최근에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이 들어서는 옛 르네상스 부지 재개발 사업에 2400억원가량의 직접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호텔업 추진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가 2018년 야심차게 오픈한 부띠크 호텔 ‘레스케이프’가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신세계조선호텔도 최근 5년간 적자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경쟁사인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에 맞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모기업인 이마트 부진 속 신세계조선호텔이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중장기적 안목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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