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은영 기자]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가 무역의 날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거리 운송·장기 보관이 전제된 수입 멸균우유 확대 속에 착유 후 2~3일 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신선함과 안전성이 한국 낙농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5년 3분기(7-9월) 멸균우유 수입량이 전년 대비 41.3% 증가해 1만 742톤으로 최근 3년간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5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3분기(7-9월) 멸균우유 수입량이 전년 대비 41.3% 증가해 1만 742톤으로 최근 3년간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낙농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내년부터 더 많은 유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시장 잠식뿐 아니라 국제 공급망 변동에 취약해질 수 있는 식량안보 위험까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멸균유 판매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느끼는 편의성과 가격 요인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가 지난 11월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유 섭취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수입 멸균유 구매 시 가장 중시하는 요인으로 ‘12개월의 긴 소비기한’과 ‘가격’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이 우유 본연의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멸균과정이 일반 살균공정보다 영양소 손실이 더 크고 맛의 변형도 심하다고 보고했다. 단백질과 효소의 변성을 유발하는 고온 처리 특성상 태생적으로 ‘신선식품’인 우유의 본질을 완전히 유지하기 어렵다는거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입 멸균우유는 소비기한이 약 12개월이다. 생산지에서 선적되어 국내 유통망에 오르기까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점의 수입 멸균우유는 이미 제조 후 수개월이 지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68.5%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산 신선우유가 착유 후 2~3일 안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60.4%로 신선우유의 유통 특징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운송과 장기 보관은 품질 저하 가능성과 보관 안정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입 유제품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제 공급망 충격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원유 생산비 상승으로 낙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유제품 비중이 높아지면 국제 가격과 공급에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신선하고 안전한 국산 우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곧 식량안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의 날을 맞아 세계와의 교역 확대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고 건강한 소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