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신한은행이 롯데, 신세계 등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들과의 협업 전선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제휴 통장 같은 ‘임베디드 금융’을 넘어, 향후 다가올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사용처와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다층적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이 롯데, 신세계 등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들과의 협업 전선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신한은행)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과 롯데멤버스의 ‘엘포인트 플러스 신한통장’을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이 서비스는 엘포인트(L.POINT) 앱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신한은행 제휴 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한은행은 보관된 금액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며, 이용자가 엘포인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제휴 계좌에서 자동으로 선불충전이 이뤄진다. 고객은 이자 혜택을, 은행은 고객 접점과 플랫폼 데이터를 확보하는 윈윈(win-win) 구조다.

이는 최근 은행권의 유통업계 협업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 앞서 은행권은 ‘KB별별통장(KB국민은행-스타벅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하나은행-네이버페이)’, ‘CJ페이 우리 통장(우리은행-CJ올리브네트웍스)’, ‘NH퍼플통장(NH농협은행-켈리)’ 등 다양한 제휴 통장을 선보였다. 금융과 유통의 결합을 통해 고객에게 편의성과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과 ‘데이터 기반 사업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제휴 사업을 확대 중이다. 롯데멤버스 엘페이에서 신한은행 계좌로 충전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4%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충전결제 이벤트와 이번 제휴 통장이 대표적 사례다.

신한은행은 롯데와의 협업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월에는 신세계그룹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신사업 지원 및 동반 성장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 이번 협약은 배달 플랫폼 ‘땡겨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땡겨요 앱에 스타벅스 입점을 추진하고 신세계그룹 주요 오프라인 푸드코트에 땡겨요의 테이블 오더 시스템 도입이 추진 중이다. 또한 신한은행의 간편 인증 시스템 '신한인증서'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 보안과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의 이처럼 광범위한 유통업계 협업 체계 구축이 단순한 플랫폼 확대를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은행은 발행과 예치금 관리 등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롯데나 신세계처럼 방대한 가맹점과 고객을 보유한 유통업계의 결제망이 필수적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배달 플랫폼 땡겨요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우선 적용해 기술검증(PoC) 형태로 일정 기간 시범 결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멤버스와도 기존 멤버십 포인트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 간의 교환 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실거래 환경에서의 결제 효율성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신사업의 확장과 새로운 사용처 확보, 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유통업계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인 유통과 실질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계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