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쿠팡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뺐다. 5개 상임위원회 도마 위에 올르며 최대 국감 출석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수사 외압 의혹도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2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몸집만 커지고 내부 조직은 성숙하지 못한 채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면서 기업 윤리 경영이나 위기관리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에 출석한 쿠팡 박대준 대표(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올해 국감에서 박대준 대표 등 경영진이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불렸다. 국감에서 한 기업이 이처럼 여러 상임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선 입점 수수료와 정산주기 이슈로 쿠팡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선 쿠팡파트너스의 납치성 광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선 노동 문제, 정무위원회에선 배달앱 운영상 불공정거래 의혹 등에 관한 지적이 각각 제기됐다.
특히 정무위에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해외 체류를 이유로 지난달 14일과 28일 국감에 불출석하자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국민과 국회를 무시했다"며 고발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김 의장은 올해 1월 열린 환노위의 청문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 국감의 최대 이슈로는 쿠팡 수사외압 의혹 제기가 꼽힌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지난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쿠팡 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문제였다.
사건을 담당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지난달 15일 환노위 국감장에서 당시 상급자인 엄희준 지청장 등이 핵심 증거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무혐의로 처분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문 검사와 엄 검사는 같은 달 23일 법사위 국감장에 출석해 번갈아 질문에 답하며 대질신문과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외압 의혹 사건은 결국 상설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쿠팡을 위해 무혐의 처리했느냐'가 수사의 핵심인 만큼 쿠팡은 어느 선까지 수사가 뻗어갈 지 관심이 쏠린다.
작년 국감에선 쿠팡의 택배기사 과로사 등 노동문제,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등 공정거래 문제, 쿠팡이츠의 배달앱 수수료 문제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관련 상임위도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상임위마다 증인으로 채택돼 위원들의 질타를 받게 된 데는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회사 조직과 시스템 개선 속도가 더딘 기형적인 기업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15년간 급성장하면서 연 매출은 작년 기준 32조원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지난 9월 기준 3427만명에 각각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무엇보다 내부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