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비좁다?..박원순 청년주택 비싸 vs 원룸·오피스텔보다 낫다

지혜진 기자 승인 2019.09.18 19:00 | 최종 수정 2019.09.18 20:11 의견 0
충정로역 8번출구 바로 뒤 건축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자료=지혜진 기자)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청년들의 주거난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는 19일까지 입주자를 모집하는 1차 청년주택은 지난 17일부터 트위터에서 온종일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들어가 살기에 임대료가 비싼 데다 면적이 지나치게 좁아 생활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 "주변 오피스텔보다도 비싸" vs "월세 낮아 실질 부담은 더 적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이 맞닥뜨린 첫번째 문제는 가격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사 직방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에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주택형별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결과 전용 20㎡를 제외하곤 모두 주변 오피스텔 시세보다 높다. 전용 20㎡ 1억2479만원, 전용 20∼30㎡ 1억8495만원, 전용 30∼40㎡ 2억5574만원이다. 직방이 조사한 충정로 근처 오피스텔 평균 환산전세금은 전용 20㎡ 1억3790만원, 전용 20∼30㎡ 1억6913만원, 전용 30∼40㎡ 1억8929만원이다.

환산전세금의 역세권 청년주택과 서울 오피스텔, 단독·다가구 월세 거래 가격 비교 (자료=직방)

직방 최성헌 매니저는 "서울시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5~95%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전용면적 20㎡ 이하를 제외하고는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는 직방이 주변 시세와 유사한 일반공급분만 통계에 적용했다며 반박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인 공공임대와 주변 시세의 85% 수준인 민간 특별공급, 주변 시세의 95% 수준인 민간 일반공급분으로 나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여기에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매우 좋은 입지 등을 갖춰 오피스텔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8번출구 바로 뒤에 있다.

청년주택은 보증금은 비싸지만 매달 지출하는 월세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라고 서울시는 강조한다. 실제 역세권 청년주택의 월세는 29만~43만원(신혼부부 물량 제외) 사이다. 하지만 충정로역 주변 원룸 월세는 전용 16~19㎡ 매물이 50만~60만원, 오피스텔은 전용 26㎡이 70만~80만원이다. 임차인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월세는 청년주택이 더 낮은 셈이다.

다만 문제는 보증금이다.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보증금은 1000만원이지만 청년주택은 3600만원에서 6200만원 사이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마련하기엔 힘든 금액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진형 주택공급과장은 “임대보증금 무이자대출, 대출 시 이자차액지원 등 주거비 지원방안을 추가 논의 중이며 입주 때까지는 지원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집주인들이 보증금 올리는 것을 꺼려 월세를 낮추고 싶어도 낮추지 못하는 상황. 이를 고려하면 청년주택의 보증금 지원방안만 마련되면 청년층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높게 받고 싶어 해서 보증금을 올려주지 않는다”며 “원룸은 몰라도 오피스텔은 보증금 5000만원 이상 매물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인간다운 삶 불가능" vs "현실적으로 최선"

청년주택의 주거 공간이 좁아 인간적인 삶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주거환경에 대한 지적 글이 올라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대한민국이 청년에게 보급하는 주택보다 캐나다 감옥이 넓고 쾌적하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했다.

(자료=트위터)

또 다른 사용자는 “10년 넘게 5평 원룸에서 살다가 올해부터 13평 투룸 반전세로 옮겼다”며 “(집안에서) 지나다닐 때 빨래 건조대를 피해 다니지 않는 것, 자려고 누웠을 때 물소리나 냉장고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것, 침대에서 현관이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청년주택의 5평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생이고 사회초년생이라는 처지가 “좁고 작은 방에 살아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시세와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고시원처럼 최저주거기준을 갖추지 않은 ‘다가구 쪼개기 월세’를 없애는 데 최선의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삶의 질은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이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자료=트위터)

한 청년주택 입주자는 “인간 사는 곳은 최소한 침실과 거실이 분리돼 있어야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다”면서도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을 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냈는데도 3~4평도 안되는 곳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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