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말리는 대통령 공약 '한전공대'..죽든말든 한전·자회사 책임?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9.17 16:21 의견 0
(자료=한전 페이스북)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전 공대(가칭)'가 당초 계획대로 출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부와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만큼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5월 이전인 '3월 개교'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전은 오는 10월 초 교육부에 '학교법인 한전공대' 설립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한전의 사업목적에 맞지 않고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며 이를 적극 저지할 태세다. 

17일 정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등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한전은 지난 2017년 상반기만 해도 2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인 지난해 6년만에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92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발전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을 늘린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1조원이 넘는 돈을 한전공대 설립에 투입하는 게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한전 이사진 전원을 업무상 배임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 한전공대 설립·운영비 1조6000억원중 1조원 한전·자회사 부담

이날 한전이 공개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을 보면 2022년 3월 개교 후 2031년까지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총 1조611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절반가량을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 중 3670억원(부지제공 1670억원 포함)은 전남도와 나주시 등 지자체가 부담한다. 정부는 최소 지자체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액수를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최소 지자체 수준'으로 명시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이 총 설립·운영비의 절반가량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부담 이외에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이 부담해야 할 1조원이다.

한전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역시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6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이미 100%를 넘어섰고, 오는 2023년까지 일제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전 측은 "설립 주체 관점에서 한전이 설립·운영비를 주도적으로 부담하는 게 타당하지만 최근 재무 상황 악화를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재정확보 담보 방안이 절실하다" 밝혔다. 이를 위해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에너지 공공기관의 인재양성 지원 특별법' 제정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전공대 설립 규모는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교수 100명, 직원 100명이다. 캠퍼스 면적은 전남 나주시 부영CC 부지 40만㎡다.

오는 10월 한전이 교육부에 학교법인 설립을 신청하게 되면, 교육부는 3개월 내 처리하게 된다. 이 경우 올해 말 학교법인 설립이 가능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설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이다.

■ 곽대훈 의원, '한국전력공사의 대학 설립·운영 금지법' 발의

같은 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은 한전이 건립을 추진 중인 한국전력공과대학의 설립·운영을 저지하기 위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 등 2건의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한전이 한전공대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사업목적에 맞지 않고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부적절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행 한전법에서 한전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행법에 명시된 사업영역의 범위에서 전기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한전법 일부개정안은 한전이 대학의 설립·운영 또는 이에 대한 투자·출연 등을 할 수 없도록 그 사업의 범위를 제한해 공사의 경영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한전은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기금의 용도를 명시하면서 대통령령으로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한전공대 설립·운영 지원을 기금 용도에 추가하려는 것을 막자는 게 그 취지다.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대학의 설립 또는 운영과 관련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기금의 용도를 제한해 기금이 본래 조성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곽 의원의 대표 발의로 촉발된 '한전공대 설립 저지'는 이달 말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이 또다시 한전공대 설립에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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