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자동차노조 夏鬪..다음 뇌관은 차기 노조지도부 선거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9.16 15:11 의견 0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지난 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자료=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수년째 자동차 업계 노사간 갈등으로 빚어진 노조의 하투(夏鬪)는 올해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된 형국이다. 쌍용차부터 최대조직인 현대차노조가 임단협에 서명하며 커다란 파고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노조는 협상권을 '차기 집행부'에 넘겼고 한국GM노조도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업계는 별다른 잡음 없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합원들을 위한 결사투쟁'을 부르짖는 강경파와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자'는 온건파 간의 대립은 노조 집행부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왔다.

사측으로서는 총파업을 강행했던 르노삼성 노조의 강경 방침을 조합원들이 무산시켰던 사례를 들어 온건 집행부를 선호한다. 최근 미중, 한일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침체상황에서 자동차 노조들이 한발 물러선 것도 업계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반면 노조로서도 사활이 걸려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를 포함한 자동차업계 노조는 전통적인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이다. '대공장노조' 중심이라는 비판 하에서도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 지위를 넘볼 수 있는 데는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노조로 대변되는 대공장 노조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측이나 노측이나 내달 개막해 연말이면 판가름나게 될 차기 노조 지도부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노동조합은 올해 2년에 한 번씩 있는 지부장 선거를 치른다.

사업장 별로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통상 내달에는 선거 체제가 본격화된다. 11월 말까지 선거를 마치고 12월에는 신임 집행부에 인수인계를 해야 새해 집행부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때문에 10월부터 선거관리위원회 가동을 시작으로 후보 등록과 유세 등이 이뤄진다.

특히 올해는 기아차와 한국GM 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여서 어떤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게 될지 관심이 높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 올해 집행부 선거를 이유로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했으나 교섭이 지지부진해지자 지난달 22일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차기 집행부에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GM 역시 올해 임단협 교섭이 차기 노조 집행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사측은 아직 문서화된 일괄제시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고, 자구계획 이행을 이유로 노조 측에 구두로 임금 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고 있지만 실익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여론에 기대 만난 어렵다. 고통분담하자 하면사도 단 한 번도 양보한 적 없다"며 "노조 지도부가 합의해도 조합원들의 인내 한계는 임계점에 달했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이 기대하는 말이 양 극단을 달하는 것처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현장은 서로의 노선을 달리한 '현장조직'들이 난마와 같이 얽혀 있어 예측불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부장(위원장)을 비롯한 상근 집행간부들이 전면 교체되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선거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큰 이슈이지만 누구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집행부를 장악한 조직은 '여당'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은 '야당'이 돼 혹독한 시련을 보내야 한다. '모 아니면 도'인 셈이다. 국회의 정치판과 노조 선거판이 똑같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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