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과제' 남긴 한국, 조지아와 2-2 무..이강인·이동경 데뷔는 성공적

차상엽 기자 승인 2019.09.06 00:54 | 최종 수정 2019.09.06 07:54 의견 0
황의조가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기록했다.(자료=대한축구협회 공식 SNS) 

[한국정경신문=차상엽 기자] '답답했던 전반전+결과물만 만들어낸 후반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패하진 않았지만 썩 만족할 수는 없는 내용이었고 과제 또한 남겼다.

한국 대표팀은 5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 바삭세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KEB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황의조가 멀티골을 기록하며 한국이 기록한 2골을 모두 만들어 냈다.

벤투 감독은 그간 주로 사용하지 않았던 3-5-2 전술을 실험했다. 손흥민과 이정협을 투톱으로 내세웠고 좌우 윙백으로 김진수와 황희찬이 나섰다. 권창훈, 이강인, 백승호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고 3백 수비라인은 박지수, 김민재, 권경원이 책임졌다. 골문은 구성윤이 지켰다.

이날 경기를 통해 이강인과 구성윤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박지수와 백승호는 두 번째 A매치 출장이었다. 

지극히 공격적인 선발명단을 가동한 것은 오는 10일에 열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원정경기를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밀집수비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격 자원을 늘린 선발명단이었다.

한국은 전반전에 고전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조지아가 적극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이 다수의 공격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나머지 후방에 많은 공간을 내줬다는 점이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은 월드컵 지역예선이다. 따라서 투르크메니스탄은 수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조지아전은 평가전이고 조지아 역시 수비에 치중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조지아의 압박 강도는 비교적 강했고 최전방 압박 라인도 매우 높았다. 

특히 황희찬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오른쪽 배후 공간을 많이 노출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백승호가 혼자 빈 공간을 커버하기에는 벅찼다.

선제골은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진 가운데 허용했다. 권창훈이 중원에서 카자이슈빌리에게 공을 빼앗겼고 그는 이를 전방으로 쇄도하던 아나니제에게 밀어줬다. 아나니제는 카자이슈빌리의 도움을 받아 전반 40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아나니제가 패스를 받는 상황에서 오프사이드가 의심되긴 했지만 비디오판독(VAR)이 없는 평가전인 만큼 그대로 실점으로 기록됐다. 

실점 장면은 전반전에 고전한 두 가지 이유가 고스란히 녹아든 장면이었다. 높은 위치에서 압박한 조지아에게 공 소유권을 빼앗겼고 후방에도 많은 공간을 노출했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후반들어 3장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활용했다. 김영권, 정우영, 황의조를 투입하고 박지수, 백승호, 이정협을 불러들였다. 결과적으로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황의조는 후반 2분만에 조지아 골문 바로 앞에서 손흥민의 크로스를 받아 동점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빠르고 강하게 밀어준 공을 감각적으로 방향만 바꿔 득점으로 연결했다. 사실 이 골 역시 황의조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공을 터치했지만 부심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동점 이후 후반 17분에는 나상호와 이동경을 투입했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교체아웃됐다. 이동경도 A매치 데뷔전이었다.

후반 초반에 나온 동점골로 경기는 원점으로 돌렸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후반전에도 획기적으로 나아지진 않았다. 탈압박 과정에서 여전히 고전했고 수비쪽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일대일 위기 상황에서 구성윤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역전골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물론 좋은 장면도 없진 않았다. 동점골 이후 공세를 취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의 날카로운 직접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무산됐다. 문전에서 권경원의 헤딩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이강인은 이날 후반 27분 김보경과 교체되며 A매치 데뷔전을 마쳤다.

해결사 황의조는 후반 40분 역전골을 기록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동경에서 김진수로 그리고 김진수가 헤딩을 통해 중앙으로 밀어준 공을 황의조가 역시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김진수의 도움과 황의조의 마무리도 좋았지만 이동경의 방향을 바꾸는 크로스도 역전골 상황에 큰 몫을 차지했다.

다 이긴 듯 보였던 경기였지만 한국은 후반 45분 크빌리타이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부가 결국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왔다. 크빌리타이아는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득점으로 연결했다. 

조지아의 동점골은 선제골보다 좀 더 확연한 오프사이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심의 깃발을 올라가지 않았다. 평가전인 만큼 오프사이드 선언 유무를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후방에서의 로빙 패스 한방에 무너진 점은 또 한 번 수비진의 집중력 결여가 반영된 결과였다. 

대표팀의 이번 원정 목표는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다. 조지아전은 평가전이었다. 하지만 과제는 분명히 남았다. 공격적인 선수들을 다수 포진시킬 경우 배후 공간을 크게 노출할 수 있다는 점, 중앙 미드필더의 패스 길이 막히면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는 점, 상대팀의 적극적인 압박에 라인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를 경기 내에서 조율하지 못한 점 등이다. 평가전임에도 김신욱을 활용하지 않은 점도 일말의 아쉬움이다. 결과적으로는 파격적인 라인업과 전술을 들고나왔지만 선수들에게는 아직 맞지 않는 옷이었고 벤투 감독에게는 고스란히 과제로 남은 경기였다.

얻은 점도 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과 이동경이 번뜩이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구성윤 역시 나름대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여 기존 김승규, 조현우 체재를 삼파전으로 몰고갈 여지도 생겼다는 점 그리고 황의조는 대표팀 내 가장 확실한 득점원임을 확인했다는 점 등도 조지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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