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후폭풍에 전세시장 '혼란'..가격 오르고 매물 줄어

이혜선 기자 승인 2020.08.03 16:17 의견 0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혜선 기자] "원래도 전세 매물이 없는 동네인데 지금은 더 없어요. 직접 들어와서 살겠다는 집주인들도 많고요" (서울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인근 A 공인중개업소)  ↑↓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거래가 감소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전·월세 계약 기간을 2+2년간 보장하고 인상 폭은 최대 5%로 제한하는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것이다.

3일 부동산업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 전세는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29일(11억5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에 위치한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용 94㎡ 기준 전세가격이 1억5000만원~2억 정도 올랐다"며 "이미 많이 올라 있었는데 임대차법이 시행을 앞두고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차법 시행을 앞두고 들어온 집주인들도 많았지만 실거주해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6, 7월에 집주인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전세 매물은 하나도 없고 월세도 하나만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임대차법 시행 후에 매물이 줄진 않았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며 "전세 물건은 많은데 손님이 없다"고 했다.

인근 D 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전셋값을 올려줘야 한다면 좋은 동네에 와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원래 살던 동네에 그냥 살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매물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신축 대단지 입주가 몰리면서 입주 초기 전용 84㎡ 기준 전세가격이 5억원 정도였던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1년 새 2억5000만원이 오른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고덕그라시움 인근 E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84㎡ 전세 매물은 9~10억원 선에 나와 있다"며 "아직은 입주한 지 얼마 안 돼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지만 입주 당시보다 전셋값이 많이 올라 재계약 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대차법 시행으로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시장 내에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거래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4년을 주기로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당분간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며 "임차인은 공급 물량이 줄어서 집을 구하기 힘들 거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려 하니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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