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마 돈크라이' 하경 "경계 없는 배우 황정민·조승우 되고파"

이슬기 기자 승인 2018.04.19 13:48 | 최종 수정 2021.08.02 08:51 의견 4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종횡무진(縱橫無盡)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1시간 20분을 홀로 연기해야 하는 무대. 스토리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에 넘치는 끼가 더해진다. 뮤지컬 데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관객과 호흡한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서 열연 중인 배우 하경의 이야기다.

하경은 지난해까지 본명 김기수로 활동했다. 지난 2016년 명동예술극장의 ‘갈매기’를 통해 첫인사를 건넸다. 오영수, 이혜영 등 진한 내공의 배우들과 함께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데뷔였다. 이어 연극 ‘안녕 여름’, 드라마 ‘안단테’와 ‘시카고 타자기’ 등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예명인 하경으로 이름을 바꾼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돈꽃’과 ‘마더’에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연으로 돌아와서는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던 뮤지컬에 이름을 올렸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말하자면 롤모델은 있어요. 황정민, 조승우, 조정석 선배님이요. 어떤 경계나 제약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 연기가 너무 좋거든요. 어느 환경에서나 자유롭게 연기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꿈이에요. 물론 그만큼 실력을 갖춰야 하겠죠.”

‘마마 돈 크라이’는 과학자 프로페서 V와 드라큘라 백작의 만남을 강렬한 록 음악에 녹여낸 작품이다.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5번째 시즌까지 이어지며 탄탄한 마니아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경은 사랑하는 여인 메텔의 마음을 얻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백작을 만나러 가는 프로페서V를 연기한다.

하경은 프로페서V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잘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집에 머물지 않는 괴짜 아버지와 눈물을 멈추지 않은 어머니 아래 외롭게 자라온 사람이라는 설명. 뱀파이어의 힘을 빌려서라도 사랑을 얻고 싶은 간절함도 그의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로페서V는 천재이지만 실수도 많고 실패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안쓰럽고 외롭게 다가왔죠. 자세히 보면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는데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와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한 인간과 아픔을 잘 보여주고 싶어요.”

‘마마 돈 크라이’는 유머러스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록 음악이 관객의 흥을 돋우고 프로페서V는 객석에 직접 내려가 관객과 대화하기도 한다. 하경은 인물이 가진 스토리와 재미를 균형 있게 그려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또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연습 때는 본 공연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하경은 “다행히도 관객분들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객석과 라이브로 호흡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생각과 다른 반응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관객과 함께 무대를 즐기고 있다.

하경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도전한 건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어린 시절 어린이 오페라단에서 3년 넘게 생활하긴 했지만 중학교에 가면서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입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경에게 연기는 삶에서 제일 설레고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연기 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기에 더욱 연기가 좋았다. 그는 “말로 쉽게 표현이 안 되는데 연기가 너무 좋다.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살게 하기에 먼 미래에도 이런 내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데뷔한 후에는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연과 드라마 모두 각기 다른 내공의 선배들과 작업을 하게 됐고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 ‘마마 돈 크라이’도 초연부터 해온 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며 여러 도움을 받았다. 뮤지컬 배우에 대한 동경을 현실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뮤지컬 배우에 대한 동경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춤과 노래, 연기를 다 잘해야 하잖아요. 배우로서 다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하고 싶은 작품은 많아요. ‘헤드윅’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어쩌면 해피엔딩’이 떠오르네요. 과분한 작품으로 시작한 만큼 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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