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새 국면 맞이하나..1조 유상증자 등 추가 자구책 추진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5.03 10:00 | 최종 수정 2020.05.03 16:24 의견 0
대한항공 항공기의 이륙 모습 (자료=JTBC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수혈받게 된 대한항공이 조만간 유상증자를 포함한 추가 자구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번달 중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여부와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향후 이사회 의결을 토대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금 확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조만간 유상증자 및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 4월 24일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 총 1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들은 하반기 회사채 신속 인수 지원도 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에 총 1조4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셈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대한항공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을 약속했다"며 "때문에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손명수 국토부 제2차관은 지난 4월 29일에 열린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항공사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확충 노력을 당부했다.

재계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면 지분율에 따라 약 3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한진칼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한진칼 유상증자도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맞물려 있어 판도가 다소 복잡해진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우호 지분 포함)이 보유한 지분 41.30%를 넘는다. 조 전 부사장이 6.49%, KCGI 19.36%, 반도건설 16.90% 등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 합계는 42.75%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 측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이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도 백기사 확보에 나서야 해서 여러 가지로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인 투자자를 확보해 주주 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의 유휴자산 매각 작업도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현재 도심 한복판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비롯해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등의 매각을 계획중이다. 이미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중 약 5000억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도 매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문 등의 매각은 이번 자구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부 매각과 유휴자산 매각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경우 사업부 매각도 검토하겠지만 추후 코로나19가 끝나고 업계가 정상화됐을 때를 감안하면 당장 사업부 매각까지 논의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역시 지난 4월 29일 항공사 CEO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에게 "(기내식 등 사업부문 매각은) 결정된 바 없으며 그냥 나오는 얘기들"이라고 밝혔다.

사업부문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최근 "대한항공이 그동안 발표되지 않은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향후 많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직 정부에서는 추가 자구 노력을 압박하고 있어 추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해가 극심한 기간산업을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항공 부문은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구안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특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한항공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대한항공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히며 "유휴부지 매각과 분사 등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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