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늙었지. 가만히 있어”..김준기 전 동부회장, 성폭행 육성 나와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7.16 10:31 의견 1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정황이 드러난 육성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자료=JTBC 방송)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동부그룹(현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이 지난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합의된 성관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2년 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해 미국에 머물면서 회장 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1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여성 A씨는 지난 2018년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2016년부터 1년여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A씨는 당시 김 전 회장이 주로 음란물을 본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A씨가 직접 녹음했다는 당시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라” 등의 말을 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A씨는 “두 번 정도 당하고 난 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때부터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다”고 녹취 정황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합의된 관계였다”며 부인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이번 사건으로 A씨에게 합의금을 줬는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자신이 해고당할 시점에 생활비로 22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며 반박했다.

JTBC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김 전 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이며 현재 피해자 조사는 마무리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미국 거주지를 확인했으나 그가 6개월마다 체류 연장신청서를 갱신해 체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DB그룹을 굴지의 재벌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숱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전 동부그룹 계열사였던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동부팜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300만 원을 부과했다. 김 전 회장이 동부팜에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모두 567억2000만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지난해 5월 29일 김 전 회장의 ‘비서 상습추행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에 기소중지 의견을 송치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가 어려울 때 수사를 멈추는 처분이다. 기소중지를 해도 공소시효는 유지된다.

김 전 회장은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에 신병을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면서 2018년 10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비서인 30대 여성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허벅지, 허리 등을 접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측은 당시 “B씨가 신체 접촉 유도해 동영상 촬영한 뒤 이를 제시하며 100억원을 요구했다”며 “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회장 직 사퇴를 발표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한편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인 김 전 회장은 1969년 고려대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해 건설업에 뛰어든 뒤 금융, 보험, 석유화학, 전자 등으로 업종을 확장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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