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의 역발상..운항 멈춘 대한항공 여객 노선, 화물기로 뚫는다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3.15 13:14 | 최종 수정 2020.03.15 14:02 의견 0
대한항공 항공기 (자료=대한항공)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여파로 운항 중단된 노선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꿔 투입한다. 조원태 회장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역발상차원에서 단행한 '신의 한수'가 될 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약 2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A330-300 여객기를 투입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등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수출입 기업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여객기를 활용해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 절감을 꾀하자는 취지다. 호찌민 노선은 베트남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에 따라 지난 3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칭다오에도 오는 21일부터 여객기를 화물기로 투입할 예정이다. 추후 대상 지역과 품목을 늘려갈 방침이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해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총 124개 노선 중 89개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수요 감소에 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약 86%가 줄었다. 여객기가 발이 묶이면서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도 감소한 상태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발상의 전환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미국발 금융 위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위기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그는 발상을 전환해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를 대폭 유치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전 세계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대한항공은 1334억원의 영업 흑자를 낸 바 있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에 의해 대서양 하늘길이 막힌 만큼 여객과 화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조원태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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