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타이타닉’ 박준형 “아픔 날려주는 진통제 같은 배우 될래요”

이슬기 기자 승인 2018.01.26 15:02 | 최종 수정 2021.08.02 08:5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참여한 작품 이야기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말할 때도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걸렸다. 뮤지컬이 너무 좋고 자꾸만 떠올라서.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발레에서 뮤지컬로 과감하게 길을 틀었다는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벨 보이 역을 맡은 배우 박준형을 만나봤다.

박준형은 지난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초연 무대에서 빌리 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지난해 뮤지컬 ‘뉴시즈’에서는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다. 현재는 침몰의 순간까지 ‘타이타닉’의 승객들을 먼저 챙기는 어린 벨 보이로 분해 무대를 누비고 있다.

‘타이타닉’은 지난 1912년 침몰한 초호화 여객석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한 뮤지컬. 러브 스토리가 중심이 된 영화와 달리 뮤지컬 타이타닉은 배에 승선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간애에 집중한다.

그는 “매일 설레면서 공연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팬의 마음으로 공연을 보고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던 배우들과 한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따금 믿기지 않는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좋은 내용,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웠다.

오디션은 아버지의 제안으로 참여했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인생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뮤지컬은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들어 아쉽기도 했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더 큰 울림이 있었다. 연습을 하고 공연하면서는 멀티 롤이라는 특징에 빠졌다. 배우들이 모두 메인 배역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다른 배역도 연기하는 것이다.

“저도 3개의 역할에 고민이 많았어요. 배역마다 다르게 이름을 짓고 설정을 조금씩 다르게 주기도 했죠. 마지막에 ”50명의 벨 보이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타이타닉호에 많은 벨보이가 있었다는 걸 담기 위해 저 나름대로 다양한 감정으로 캐릭터를 그리려고 해요. 예를 들자면 오프닝의 벨 보이 이름은 ‘빌리’예요. 멋있는 배에 타는 설렘이 있겠죠? 활기찬 소년이라고 설정했어요.(웃음)”

박준형은 자신이 연기하는 벨 보이에 대해 “사실 매 공연 감탄하며 공감한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죽음을 앞둔 상황 속에서도 승객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는 극 중 사람들이 구명보트에 오르는 장면을 예로 설명했다. 장면 속에서 벨 보이는 2개의 구명조끼를 챙겨 무대 위로 나온다.

“왜 살고 싶지 않았겠어요. 사실 하나는 승객에게 주고 하나는 제가 챙겨서 올라가려고 해요. 하지만 승객들을 보고 그들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죠. 어리지만 맡은 바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캐롤라인 아가씨에게 줘요. 결국 배를 못 타고 ”내 남은 시간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노래를 부르는 데 정말 슬퍼요. 매번 눈물이 나요. 실제 벨 보이들의 두려움, 공포, 그리고 책임감 같은 걸 상상하면 더 벅차요.”

그는 ‘타이타닉’이 좋은 이유가 “희로애락”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에 오르는 순간의 희열과 침몰의 순간의 슬픔까지. 삶의 모든 감정이 담겨 있어 무대 위 배우도 매 순간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오는 봄에는 한림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의 새내기가 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시점.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뮤지컬의 매력을 만날 생각에 설레했다. ‘빌리 엘리어트’와 ‘뉴시즈’, ‘타이타닉’을 지나오면서 매번 다른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나온 두 작품에 대해 물으니 그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말을 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겸손의 중요성을 알게 해줬다. 어린 나이에 주인공을 맡고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어깨가 많이 올라가고 떼도 많이 썼다는 것. 그는 “좀 더 겸손하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 지금 더 크게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입시 작품도 빌리의 춤을 췄는데 교수님들이 참 좋아해 주셨다”며 “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그 타이틀이 항상 함께한다.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지금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2대 빌리가 되어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뉴시즈’는 앙상블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무대 위의 배우 하나하나가 모여 얼마나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느꼈다는 설명이다. ‘빌리 엘리어트’ 외에도 춤을 추며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는 “함께하는 울림을 배운 작품이라 소중하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참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준형이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욕심도 크다며 모든 작품을 다 하고 싶어 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해서 그만한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도 함께 강조했다.

“진통제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무대에 서는 게 참 좋고 행복하거든요.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 무대에 서면 신기하게 고통이 사라져요. 끝나고 나서도 덜 아프고요. 공연을 보러오시는 관객분들도 그랬으면 해요.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게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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