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쓰릴 미' 이해준·김현진 "꿈을 꾸게 한 공연, 함께 기억해주세요"

이슬기 기자 승인 2020.01.22 18:08 | 최종 수정 2020.01.23 08:54 의견 0
뮤지컬 '쓰릴 미'에서 그 역을 맡은 이해준(왼쪽)과 나 역을 맡은 김현진. (자료=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 뮤지컬 '쓰릴 미'를 지난 13년 간 표현해온 말이다. 그만큼 '쓰릴 미'는 국내 뮤지컬 마니아 층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누군가는 인생작으로 손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희노애락을 선물한다.

그렇다면 '쓰릴 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점에서. 작품에 처음 출연한 두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를 남길까. 배우 이해준과 김현진을 만나 '쓰릴 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쓰릴 미'에서 두 소년은 각각 희열을 쫓고 있죠. 두 사람에게 삶에서 희열을 주는 건 무엇인가요.

이해준(이하 이): 배우로서 이야기하면 좋은 동료를 만났을 때 희열을 느껴요. 좋은 작품을 만드는 힘이 되거든요. 한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품 분석, 분위기 메이커, 인성 등 배우마다 가지고 있는 포지션이 달라요. 그런 부분에서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만나는 거. 나아가 균형이 이뤄진 팀을 만났을 때는 저도 연기를 하면서도 살아있다고 느껴요. 

김현진(이하 김): 저도 비슷하지만 범위가 좀 더 큰 거 같아요.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가족부터 친구, 동료, 그리고 반려동물. 종교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도 같아요.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과 존재들이 조화를 이룰 때 내 삶도 행복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또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죠.

Q.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동료'가 크게 작용할 거 같아요.

: 맞아요. 하지만 배우들을 다 알고 작품에 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운명이라 생각해요. 그 다음은 무조건적으로 대본이에요. 좋은 대본은 배신하지 않는다 생각해요. 그 다음은 음악이구요. 꽂히는 멜로디가 있으면 좋아요. 나를 반하게 한 작품은 연습도 즐겁게 할 수 있어요.

: 저도 동의해요. 사람이 중요하지만 그건 운명이죠.(웃음) 그 다음은 제가 공연을 봤을 때 그 공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하는 부분이에요. 안 본 공연이나 초연은 정보들을 토대로 생각하죠. 나를 대입하고 상상해봤을 때 나에게도 관객에게도 어울리거나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뮤지컬 '쓰릴 미'에서 그 역을 맡은 이해준(왼쪽). (자료=이슬기 기자)

Q. '쓰릴 미'는 대표적인 2인극 작품이에요. 밀도 높은 공연에 대한 감상을 들려준다면.

: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성장의 기회라고도 생각해요. 오로지 한 대상을 믿고 집중하고 그 안에 빠져드는 작업이잖아요. 그 집중력과 에너지가 또 다른 나를 만들어줘요. 믿을 건 내 앞의 한 사람 뿐이라는 게 외로우면서도 엄청난 즐거움을 주죠.

: '쓰릴 미'를 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위대한 작품이라도 2인극의 대본은 비어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에요. 잘 짜여진 작품이라도 배우가 채우고 풍성하게 키워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거죠. 열리는 지점이 많다고도 할 수 있고요. 어떤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공연이 보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Q. 파트너가 달라질 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호흡들이 있나요.

: 가장 와닿는 대사로 표현해볼게요. 먼저 (이)해준 형은 "난 너보다 우월해"라는 제 대사에요. 형이랑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두뇌 싸움을 계속 하거든요. 정해진 대사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지만 순간순간 제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 욕망이 제일 잘 표현된 거 같아서 희열이 제일 커요. 

(구)준모 '그'는 "집중해 나한테"라는 대사가 제일 와닿아요. 저보다도 범죄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게 보이거든요. 나 좀 봐줘라 하는 심정이 큰 거 같아요. (노)윤 '그'는 "안 올가봐 걱정했어"라고 하고 싶네요. 윤이는 눈이 크고 촉촉해서 인지 저를 볼 때 오랜만에 연인을 만나는 거 같은 느낌이 들 거든요. 단순한 필요 이상의 감정으로 저를 봐주니까 저도 진심으로 그런 말을 내뱉게 되요.

: 대사로 표현하는 거 멋있네요.(웃음) (김)우석이 같은 경우는 "강해져 나처럼"이요. 이 친구 자체가 강아지 같기도 하고 새장 속에 있는 새 같기도 하고.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에 대한 사랑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뭘 해도 따라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그만큼 의심을 안해서 반전의 충격은 더 크답니다.

(김)현진이 같은 경우는 "내가 천재라는 걸 안 후부터"라는 대사를 말하고 싶네요. 현진이 말처럼 저희 둘이 붙을 때는 진짜 머리 터질 거 같은 싸움을 계속 해요. 상대방이 안 보고 있을 때도 뭘 진짜 많이 하는 편이죠. 현진이는 똑똑하고 텍스트 분석이나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자기가 뭘 해내야 하는지 잘 알아요. 연기에 있어서도 소통을 제일 많이 하기도 해요. 늘 고민하고 공유하는 배움이 많은 파트너죠.

(양)지원이 형은 "진정해"를 꼽고 싶어요. 별 거 아닌데 오버하는 '나'거든요. 근데 또 들여다 보면 모든 게 다 하나의 그림이었던 거에요. 무대에서 경력이 제일 많고 경험치가 있어서 흡입력이 남다른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나도 저 정도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들게 하죠. 시선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길을 나아가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의 입장으로 모든 '나'가 다 마음에 들진 않아요. (웃음)

뮤지컬 '쓰릴 미'에서 나 역을 맡은 김현진. (자료=이슬기 기자)

Q. '쓰릴 미'가 다른 공연과 다르게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 모든 관심이 사랑이라는 거에요. 사랑이기 때문에 기대도 있고 실망도 있고 격려도 있는 거죠. 기대감을 잘 이겨내고 잘 해내면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는 구나 하는 확신도 있어요. 관객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에요.

: 다른 여러 가지 좋은 말이 있겠지만. 10년, 20년이 지나 '쓰릴 미'를 떠올렸을 때 "그 때 참 많이 배웠다"는 마음이 들 거 같은 작품이에요. 프로 배우가 무대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저희도 발전해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삶에 대한 메시지를 얻었도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웃음)

Q. 두 사람에게 '쓰릴 미'는 어떤 공연인가요. 어떤 공연으로 남길 바라나요.

: 저에게는 배우를 다시 꿈꾸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해요. 사실 살면서 되게 고민이 많거든요. '그'의 비뚤어진 마음을 보면서 나 스스로 나를 잘못 평가하고 남탓만 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때가 있어요.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 작품에 남다른 책임을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 행복하게 순간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더 많이 들여다보고 나아가고 나를 다잡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렇게 남을 거 같고요.

: 하나 더 말씀 드리자면 새로운 '쓰릴 미' 첫 시작을 열었잖아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누군가에게는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해요. 시간이 지나 "그 때 괜찮았지. 열심히 했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좋겠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시작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그것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거에요.

[인터뷰①] '쓰릴미' 이해준·김현진 "10년 역사 다시 쓰기..진심을 용기로"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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