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쓰릴 미' 이해준·김현진 "10년 역사 다시 쓰기..진심을 용기로"

이슬기 기자 승인 2020.01.22 18:08 | 최종 수정 2020.01.23 08:54 의견 1
뮤지컬 '쓰릴 미'에서 그 역을 맡은 이해준(왼쪽)과 나 역을 맡은 김현진. (자료=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소년 유괴 살인사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뮤지컬 마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그리고 2019년과 2020년 겨울. '쓰릴 미'는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여는 건 쉽지 않은 부담이 함께한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뮤지컬 '쓰릴 미’ 새 출발의 바톤을 잡은 배우 이해준, 김현진을 만났다.

Q. ‘쓰릴 미’는 기회이자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이해준(이하 이): 직접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유명한 작품이란 건 알고 있었어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작품에 대해 더 공부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냉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 보이는 '그'를 '나'는 왜 사랑하는 걸까 고민됐죠. 하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둘 사이에는 단순한 사랑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 상황, 유대관계, 집착 등이 담겨 있었어요.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까지. 한 방을 맞은 기분이었죠.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도 커졌고요.

김현진(이하 김): 오디션 콜을 받았을 때 많이 놀랐죠. 아직은 제게 학생 역할들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쓰릴 미'는 어른들의 이야기 처럼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웃음) 내로라하는 선배님들이 하신 작품이고요. 제안이 왔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죠. 리딩을 하면서는 '웰메이드'라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니' 생각했죠. 기쁘기도 했지만 고민도 많아졌죠.

뮤지컬 '쓰릴 미'에서 나 역을 맡은 김현진. (자료=이슬기 기자)

Q. 고민이 많아졌다니.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나봐요.

: 사실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즐거움이죠. 연말연초 비수기인 1월에 극장의 문턱을 넘어주시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요. 그 고마움을 알기에 창작진, 배우들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앞으로 10년 또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진심이 모두 같았거든요. 관객들이 '쓰릴 미'의 걸음걸음을 사랑하는 만큼 진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죠.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실 수 있겠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조언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 뭘 해도 똑같은 부담이 있다면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쓰릴 미'가 사랑받으면서 많은 2인극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또 소극장 뮤지컬이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죠. 관객의 걸음이 이어지고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함께 논하고. 저는 그 '소통'의 과정이 아름답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쓰릴 미'를 만들어가면서도 용기를 많이 냈어요.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관객들의 진심어린 소통이 계속 함께할 거란 생각에서요. 

Q. 개인적인 가장 컸던 고민을 꼽아보자면.

: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어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 조차도 '나'를 동정할 수 없었거든요. 과연 '나'가 심의관 앞에서 한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가석방 심의 진술을 해야하는 자리잖아요. '나'라면 가석방이 되기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았을 거 같아요. 그런 생각들이 겹쳐지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나'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 대본을 보면서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 캐릭터에요. 실화 자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사건이잖아요. 어떤 정당성, 설득력으로 '그'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사랑이나 희열 등 어떤 것에도 미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들이 행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감정적인 감탄 이전에 '절대 저래서는 안 되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뮤지컬 '쓰릴 미'에서 그 역을 맡은 이해준(왼쪽). (자료=이슬기 기자)

Q. 자신이 그리는 '그'와 '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준다면.

: 외강내유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누구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처럼 굴지만 그 안에는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이 가득하다고 생각해요. '나'의 대사들을 통해 '그'를 비춰보면 상당히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부분들이 보이거든요. '나'도 '그'를 동경하지만 저는 '그'또한 '나'를 동경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뛰어난 두뇌나 가정환경 등이요. 

: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조커의 모든 전사가 변명같아"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조커는 '자신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외부에서 계속 찾더라구요. '나'를 바라보니 같았어요. "난 그저 그를 뒤따른 것 뿐"이라는 말도 결국 변명이라는 생각을 했죠. 저는 사람이 한 상황에 처했을 때 방향을 선택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거든요. 

: '나'가 필요하고 함께할 때 완벽해지는 것도 있지만 더 공고해진 자신의 완벽함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돌아온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디 한 곳에 정착하는 친구는 아닌 거 같아요. 가정환경도 자기가 먼저 벽을 쳤을 거 같고요. 그런 서사들을 꾸려나가다 보니 '그'가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어요.

: '나'에게도 분명한 결핍이 있어요. 그리고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나'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결국 그도 자신의 본능을 멈추지 못한 거라 생각해요.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포장할 거고 누군가는 소유욕이라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판단하겠죠. 저는 소유욕이라 생각해요.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을 자제하지 못할 때. 지나치게 삶의 목적으로 잡을 때 인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 지 잘 보여준다 생각해요.

[인터뷰②] '쓰릴미' 이해준·김현진 "나를 꿈꾸게 한 공연, 함께 기억해주세요"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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