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저출산 '더블 재앙'..강남구마저 어린이집 올해 27곳 '자진 폐원'

강남구,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6개소 확충으로 대처..이용률 46.7%, 서울시 평균 39.2% 상회

강재규 선임기자 승인 2019.12.12 10:51 | 최종 수정 2019.12.12 15:11 의견 0
어린이집 아이들 (사진=강남구뉴스 갈무리)


[한국정경신문=강재규 기자] '장기 경기부진'과 '저출산 심화'라고 하는 '이중의 파고'에 휩슬려 비교적 경제 상황이 나은 서울 강남구마저도 어린이집들이 대거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은 이같은 사회 현상의 '이중고'로부터 가장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교육기관이라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 대처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2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올들어 관내 폐원한 어린이집은 국공립 1곳(원아 13명) 민간 27곳(원아 971명) 등 모두 28곳(원아 984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 신설 어린이집을 제외한 당초 195곳 가운데 27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만 13.8% 폐원율을 기록했다. 이는 100곳 중에 14곳 가량이 문을 닫은 셈이다.

국공립(구립) 1곳은 재건축지역에 속하는 바람에 인근 어린이집등으로 '소개'된 것인 반면 민간 어린이집 대부분 저출산 추세에다 경기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우선 손에 꼽는 것은 저출산 문제.  강남구의 저출산 사태는 전국 어느곳보다도 심각하다. 강남구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은 0.631명이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자료=통계청)

이는 지난 2016년 0.802명, 2017년 0.706명에 비해 해마다 크게 떨어지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올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잠정분석치다.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의 경우 지난 2016년 1.172명 2017년 1.052명 2018년 0.977명 등이었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원장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경기부진은 임대료 부담으로 작용해 자진폐원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올들어 26곳 사설 어린이집 무더기로 폐원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강남구는 이같은 민간 어린이집들의 폐원이 속출하자 올들어서만도 6곳의 국공립(구립) 어린이잡 신설로 대응해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민간시설 대신에 국공립화 추세는 서울시내 여타 구청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이나 강남구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강남구 관내 전체 어린이집은 총 201곳(원아 8982명)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59곳(원아 4187명)으로 46.7%가 국공립 어린이집에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서울 전체 국공립어린이집 수용률 평균 39.2%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 2일 올들어 강남구가 마지막으로 문을 연 강남구 개포동 소재 구립 지혜어린이집. (자료=강남구청)

이는 강남구가 행정지원 면에서 형편이 좋다는 의미인 동시에 민간으로서는 높은 임대료 등으로 어린이집 운영 환경이 여타 구청 관내보다 어렵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강남구청 어린이보육 관계자는 "과거 강남구는 '시설 좋은 민간 어린이집들'의 대명사였으나 저출산과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민간 시설로서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민간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 앞으로는 어린이집도 '무상 의무교육'의 길로 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한편 ‘기분 좋은 변화, 품격 있는 강남’을 내건 강남구(구청장 정순균)는 지난 2일 개포동 주공3단지 지혜어린이집 개원으로 올해 총 6개소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보육정원 335명과 보육교사 79명을 추가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강남구는 저출산 극복 및 양질의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내걸고 올해 총 59개소로 늘렸다. 
 
아울러 구는 어린이집 공사에 국·시·구비 20억여원을 투입, 설계단계부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친환경 마감재와 디자인을 선정하고, 놀이공간을 확보하는 등 쾌적한 보육환경 조성에 주력했다.
 
구는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70개소로 확충해 이용률을 55% 이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선형 보육지원과장은 “어린이집이 부족해 대기수요가 많은 곳에 우선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양질의 공공 보육서비스 확대로 ‘아이 키우기 좋은 강남’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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