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52시간 근무제' 사실상 연기..1년 계도기간 부여, 노동계 반발

최태원 기자 승인 2019.12.11 12:21 의견 0
11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50∼299인 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자료=연합뉴스TV)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사실상 연기됐다.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돌입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준비가 덜 된 기업들은 일단 노동시간 단축 압박을 당분간 덜 수 있게 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50∼299인 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당초 노동부는 50∼299인 기업 중 규모가 작은 50∼99인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 1년에 선별적으로 6개월을 추가하는 등 최장 1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별도 기간의 추가 없이 1년의 계도기간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사실상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준비기간 1년을 더 준 셈이다. 

당초 2018년 3월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면서 다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돌입했다. 노동시간 제한의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의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은 경영계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경영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52시간제 시행 자체의 연기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주 52시간제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줬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특히 50∼299인 기업이 사실상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2021년은 문재인 정부 말기라는 점에서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 말기에 노동시간 단축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겠냐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 3월 계도기간이 끝나 주 52시간제 안착 단계에 들어갔다.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준비 기간이 길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조건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가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기업이 노동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행규칙은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로 자연재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주당 최대 68시간 노동이 가능했던 예전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쓰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특별연장근로 사용은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관련 부품·소재 국산화 등에 나선 사업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9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활동을 하는 사업장에서도 이를 허용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번에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 보호와 안전 확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에 대한 긴급 대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 노동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도 인가 사유에 포함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위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은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경우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나아가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규칙 개정이 행정권 남용을 통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은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왜곡하는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가 되면 즉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준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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