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벨라루스 5시간 걸쳐 국가통합 논의, 합의는 불발..2주후 재논의 예정

최태원 기자 승인 2019.12.09 11:11 의견 0
지난 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양국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5시간 이상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국가통합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통합 논의 자체에 대한 벨라루스 야권의 반대가 심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양국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5시간 이상 논의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국가 통합에 관한 '연합국가 조약'을 체결해 옛 소련 독립국 가운데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연합국가 조약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장기적으로 독립적 주권과 국제적 지위를 보유하지만 통합정책 집행 기구·의회·사법기관 등을 운영하고 단일 통화를 비롯한 통합 경제권을 창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부분적인 국가통합인 셈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나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중심으로 확대 및 단독 회담을 포함해 5시간 30분 동안 회담했다고 전했다. 확대 회담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세르게이 루마스 벨라루스 총리는 물론 양국 주요 장관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국가 통합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 공동 발표문을 내놓지 않았다. 막심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이 짤막하게 회담 결과를 기자단에 설명하는 데 그쳤다.

오레슈킨 장관은 "석유·가스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제하며 "양측의 입장이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이 약 2주간에 걸친 실무 조율을 마친 뒤 오는 20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이날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수출하는 석유·가스 가격이라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수입하는 석유·가스 가격이 러시아 국내 가격과 같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통합 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벨라루스의 에너지 도입 가격이 러시아 기업의 에너지 구매 가격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벨라루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1천㎥당 127달러에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벨라루스는 200달러에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국가 조약은 지난 1999년 12월 8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체결했다. 이어 양국 의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 2000년 1월 26일을 기해 발효했다.

양국은 이후 조약 이행을 위한 협상을 지속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석유·가스 공급가, 단일 통화 도입, 벨라루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건설 등을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벨라루스는 불평등한 조건으로 연합국가에 가입하거나 국가 주권을 잃고 러시아로 통합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러시아와의 국가통합에 반대하는 벨라루스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7일에는 약 1000명, 8일에는 수백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는 8일 양국 국가통합 일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민스크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벨라루스는 1990년 7월에 채택된 국가주권선언을 헌법으로 입법화해 지난 1991년 8월 25일 구소련으로부터의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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