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3사 리츠전략 각양각색..롯데 재무구조 개선, 신세계 자산매각, 홈플러스 현금 확보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3.18 14:41 | 최종 수정 2019.03.18 15:5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조(兆) 단위'의 공모리츠로 주목을 받아온 홈플러스 리츠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리츠의 실패 요인이 단일임차인,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모 규모, 공격적인 임대료 등으로 리테일 리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모 리츠를 활용한 유통업종 자산유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리츠를 활용한 자산유동화를 검토하는 이유는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성이 낮아지면서 업체들의 현금흐름 부담이 커졌기 때문.

향후에도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업체별로 온라인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유통업체들은 '실탄'이 필요해졌다.

특히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에 따라 투자 구조가 발전할 전망이어서 리츠 활용 효과는 커질 수 있다. 올해 주요 유통업체들이 리츠 출시를 준비 중에 있는 이유다. 비록 첫 주자였던 홈플러스가 실패했음에도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뒤를 이어 리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자산유동화의 새로운 방안으로 리츠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 3사의 리츠 활용방안은 그룹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롯데쇼핑은 자산효율화 측면, 신세계는 자산 매객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는 자산유통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 롯데쇼핑..재무구조 개선, 부실 점포 개선이 주요 목적

KTB투자증권은 롯데쇼핑이 자산효율화 측면에서 리츠를 활용한 자산유동화를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근거로 리츠의 설립 및 운영 주체가 롯데쇼핑이 아닌 롯데지주(롯데AMC)라는 점에서 유추했다.

지주사 차원에서 리츠를 설립·운영하는 만큼 롯데쇼핑 외의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들도 리츠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12월에 있었던 롯데그룹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사측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총 33조원(해외 포함시 36조원)의 자산들 중 효율이 낮은 자산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임차인 조정을 통해 점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롯데 리츠는 홈플러스 리츠와 달리 ‘개선 가능성이 있는 부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편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MD 및 임차인을 조정한다면 점포 매출은 개선될 수 있다.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일본의 리테일 리츠에서 이미 검증된 부분이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MD개편 과정에서 영업면적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리츠에 편입될 자산 이 자산 효율성이 낮아진 점포이기 때문에 이후 임차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롯데쇼핑은 영업면적 축소 및 그에 따른 매출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롯데쇼핑이 리츠로부터 받을 배당수익과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일부 만회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 AMC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는 롯데그룹이 이미 계열사들을 활용해 자산을 개발 및 운영한 경험이 있기 떄문이다. 공공지원형 민간 임대주택인 과거 뉴스테이가 그 예이다. 롯데건설은 대형 건설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한강롯데캐슬, 신동탄롯데캐슬, 동탄2롯데캐슬, 문래 롯데캐슬 등 총 4개 현장에서 3446세대의 민간임대주택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롯데가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를 활용해 ‘엘리스 서비스’라는 하나의 서비스 브랜드를 출시, 경쟁사들과 차별화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 신세계..용도 변경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 경험

신세계그룹은 홈플러스, 롯데그룹과 달리 리츠 운용에 보수적인 편이다. 자산유동화 시 임대료 증가로 인해 실적이 훼손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3사 중에서 부동산 직접 소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그 이유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건물의 직접 소유 비중이 백화점은 25%, 이마트 83%, 트레이더스 86% 수준이다.

하지만 신세계도 부동산자산 매각 용도로 리츠를 활용해 자산유동화를 한 적이 있다. 신세계는 리츠를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용도로 이용했다.

또한 해당 자산은 계열사가 취득해 용도변경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했다. 이마트 학성점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신세계하나제1호기업형임대위탁 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점포 매출이 부진했던 이마트 학성점을 약 311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점포는 용도변경을 통해 공공지원형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됐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프로퍼티의 스타필드, 이마트 등을 건설해주는 그룹 건설사이다. 신세계건설은 신사업으로 운영사업부문을 선정, 스타필드 내 일부 시설(스포츠시설)의 운영권을 가져왔는데 이번 민간임대주택을 통해 주택부문에서의 임대사업도 늘리려는 계획인 듯하다.

건물을 매각한 이후 이마트나 신세계가 리츠에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 학성점 외 임대주택으로 개발을 검토중인 점포는 없으며 현재 매각을 진행·준비 중인 점포는 신세계건설이 아닌 다른 외부 부동산디벨로퍼 등에게 매각했다.

신세계그룹은 일부 노후화된 부실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나 해당점포를 지역내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그룹의 중장기 성장은 온라인 사업부에 중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변화를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유통 3사 중에서 리츠를 활용에 있어서는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홈플러스..재무구조 개선 및 현금 확보가 주 목적

홈플러스는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확보 측면에서 리츠를 통한 자산유동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은 유지하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장기(평균 16.7년) 책임임대차 구조로 계약을 맺는 형태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Trench 구조, 연 2.5%의 고정임대료 인상, 추가 자산 매입을 위한 콜 옵션 등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임차료로 인해 오히려 홈플러스의 재무구조와 실적에는 부담이 생겼다. 리츠 출시 이후 홈플러스 실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매출 성장률은 3년간 +10%이다.

현금흐름 측면도 마찬가지다. 자산 매각으로 인해 약 4조원의 현금은 유입되나 차입금 상환 2조2300억원, 리츠 지분 매입비 6700억원, 임대보증금 2700억원 등을 고려하면 홈플러스에게 유입되는 현금은 약 8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중 약 5000억원 정도는 2020년 자산매각 차익에 따른 법인세로 납부될 예정이었다.

2021년 이후로 임대료는 매년 2.5%(약 55억원) 상승한다. 51개 자산에서 연간 3300억원 의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으나 리츠 출시 전 대비 연간 현금 유출은 약 8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임차료 2200억원–이자비용 1400억원). 실질적으로 홈플러스에게 유입되는 현금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홈플러스는 점포 리뉴얼 및 물류센터 개발비를 홈플러스 리츠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 었다. 홈플러스만의 독특한 매장 구조(대형, 충분한 유의공간)를 고려했을 때 점포 전환 효과는 기대해볼 만했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잡아도 2000억원이 넘는 리뉴얼 비용과 2년이라는 준비 시간이 문제였다. 나날이 높아져가는 온라인부문의 경쟁 강도도 부담이다. 신규 점포의 매출 성장률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도 동사의 임대료는 매년 2.5%씩 꾸준히 상승한다. 홈플러스 리츠 자체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일 수 있으나 홈플러스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7%대의 높은 배당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리츠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홈플러스 실적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