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북미 회담 쉼표에 거는 기대

북미회담 문재인 대통령 역할 커졌다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3.06 09:49 | 최종 수정 2019.03.07 09:14 의견 12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세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매년 3~4월에 실시하던 한미 군사합동의 ‘독수리 훈련’과 ‘키 리졸브’ 연습을 중단하고 한미 연합지휘소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으로 대체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 발표는 볼턴 보좌관이 나타나 판을 깨기 이전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서 합의 되었던 미발표 종전선언을 실행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더는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데 대한 화답이다. 물론 북한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며 안 지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미 2차정상회담'의 결렬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였음이 분명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오전 회담 결렬 후 김정은 위원장을 애써 두둔한 것도 그렇고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전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부탁할 때 이미 차수 변경, 회담을 예고한 셈이기 때문이다. 

의례히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합의문을 발표하는 정상회담의 관례를 깨고 ‘결렬’을 선언한 하노이 회담은 충격이었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역할은 볼턴 안보보좌관이 준비한 ‘빅딜 페이퍼’라는 것이다. 문제의 볼턴 문서는 생화학 무기 폐기와 함께 영변 북서쪽의 분강 고농축 우라늄(HEU)시설 해체를 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볼턴 문서는 내용과 방식 면에서 북한이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도 그것을 알고 내민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숨겼다는 분강 핵시설도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미 있는 규모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숨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하기 위해서 원심분리기를 작동해야 하는데 10만rpm(비행기 이륙 시 7만rpm)의 원심분리기를 1000개 이상(영변 2000개) 돌리자면 엄청난 전기소모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의 첨단기기가 그것을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 국정원에서는 분강은 영변핵시설을 포함하고 있는 지역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판을 깬 사람은 볼턴 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발 뉴스로 워싱턴 청문회 뉴스를 덮기 위해 애초에 빠져있던 볼턴을 불러들여 악역을 시켰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결과는 실패지만 쌍방이 다 최대치를 내놓은 것은 흔히 말하는 작은 딜로 미봉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는 평가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은 폐기하는 척하고 미국은 속는 척하는 나쁜 거래,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파기와 핵시설 부분파기로 끝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뢰다. 북한이 거부한 트럼프의 빅딜 문서도 북한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고 미국이 거부한 11개 제재 중 5개 제재의 부분해제도 불신이 걸림돌이다. 이처럼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빅딜은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했듯이 어느 쪽에서도 받을 수가 없다.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양측의 미발표 합의를 북한과 미국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이 공언하고 실행중인 ICBM 발사대 해체를 끝까지 이행하면 그것 때문에 가해진 유엔 제재 2397호, 즉 정제유 50만 배럴과 원유 400만 배럴 공급 상한선을 해제할 사유가 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4차 5차 6차 핵실험의 대응으로 발동한 금융제재 대북 수출입 금지 등을 단계적으로 해결하면 작은 신뢰가 쌓여 큰 합의를 도출 해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특히 미발표 합의문에 포함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은 남북한과 미국 3자가 두루 좋은 중재안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재를 공식적으로 부탁했으니 이제는 소개팅에서 혼수 중재역까지 맡은 셈이어서 잘하면 술 석잔을 플러스 알파로 받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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