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나는 포수가 좋다”..엄형찬 선수에 거는 기대

강헌주 기자 승인 2022.12.26 09:58 의견 0
22일 경기상고 포수 엄형찬(18, 오른쪽)이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6회 이만수 포수·홈런상에서 포수상을 받고 이만수 전 SK 감독과 촬영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올해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는 경기상고 엄형찬 선수다. 내가 엄형찬 선수를 직접 가까이에서 이야기하고 처음 보았을 때가 지난 6월 14일 경기상고 운동장이었다. 이날 엄형찬 선수를 보기 위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재능기부했다.

가장 먼저 최덕현 감독과 만나 한 시간 넘도록 엄형찬 선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깜짝 놀란 것은 엄형찬 선수 아버지인 엄종수 코치가 경기상고 배터리 코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부자지간에 같은 학교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활동하는 케이스는 그렇게 흔하지 않기에 더욱 놀랬다. 그런데도 최덕현 감독은 두 부자지간에 공과 사를 명확하게 선을 그어 지도하고 있다. 오히려 엄형찬 선수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더 피해를 입고 있다며 귀띔해 주었다.

엄종수 배터리 코치는 내가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에서 지도자 할 때 봉중근 투수로부터 이야기 들었다. 이때도 엄종수 코치는 여느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 마이너리그에서 주전포수로 활동했다. 내가 미국에서 알던 엄종수 코치가 마이너리그를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때부터 소식이 끊긴 상태였다.

엄종수 코치의 소식을 전혀 모른체 있다가 지난 6월 14일 경기상고 야구장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거기다가 올해 이만수 포수상 대상자에 올라있는 엄형찬 선수의 아버지라는 것이 더 믿어지지 않았다. 훈련 들어가기 전에 미리 포수 3명을 불러서 따로 훈련시켰다. 엄코치가 미국에서 선진야구를 배웠던 것을 제자들에게 세밀하게 하나씩 가르치는 것을 보고 역시 좋은 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보면 가장 부족한 포지션이 배터리 코치다. 투수부분이나 내야수부분 그리고 외야부분은 좋은 지도자들이 학교마다 상당히 많다. 그러나 어디를 가던 지 가장 부족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배터리 코치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경기상고는 뛰어난 배터리 코치가 있어 포수뿐만 아니라 투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의 생각이지만 포수는 야구에서 전 분야를 다 컨트롤 할 수 있고 또 다 알 수 있는 것이 포수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 포수 출신들이 가장 많이 감독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프로야구에서도 나의 스승인 정동진 감독을 비롯해 김경문 감독 , 조범현 감독 그리고 최근까지 두산 베어스 팀에서 팀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이 있다. 이들 모두가 포수 출신들이다.

엄종수 코치가 포수를 가르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대로 이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노트에 기록했다. 내가 관심이 있고 지켜보아야 할 포수는 엄형찬 선수였다. 고등학생 3학년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키에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또 잘 생긴 외모에 성격 또한 서글서글해서 좋았다. 내가 엄형찬 선수를 처음 보고 느낀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바른 인성을 배우고 자랐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역시 엄형찬 선수와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본인의 생각이나 주관이 뚜렷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블로킹 하는 것이나 주자가 있을 때 앉아 있는 자세 그리고 도루할 때 빠르게 2루로 송구하는 동작 모두 완벽했다. 아니 나보다 훨씬 좋은 포수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고등학생 치고는 너무 잘 한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나는 엄형찬 선수를 보며 국내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잘하는 포수라는 것을 이날 보게 되었다.

플레이도 물론이고 무엇보다 엄형찬 선수의 인품이 너무 좋았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형찬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야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포지션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좋아하는 포지션이 포수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22일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상 시상식에서 엄종수 코치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들에게 만큼은 절대 포수 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라는 인터뷰를 나도 옆에서 들었다. 역시 아빠의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모양이다. 야구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가장 먼저 투수를 시키고 싶고 그 다음으로 1루나 내야수 또는 외야수 순서로 아들을 야구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엄형찬 선수의 대답이 더 걸작이다. “아빠가 절대 포수 만큼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포수하고 싶다 “고 대답했다. 이날 나의 노트에는 엄형찬 선수의 모든 기록들이 다 적혀 있었다. 포수와 타격에 대해서도 다 적었다. 야구를 50년 넘게 하다 보니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행동 그리고 말을 들으면 어떤 선수인지 대략 파악이 간다.

내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기본기가 완벽했다. 그래서 엄형찬 선수에게 물었더니 아버지인 엄종수 코치가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기본기만을 가르쳤다고 한다. 역시 훌륭한 코치는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학생시절이 아닌 앞으로 더 훌륭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했고 지도자생활을 했지만 아마에서 프로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프로에 들어와 다시 기본기를 가르칠 때라는 것이다. 아마 야구에서 재능 있고 유능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프로에 데리고 오면 정작 아마 야구에서 배우지 못한 수준 높고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전술과 기술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다시 기초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많은 아마추어 학교를 다니며 재능기부 할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젊은 선수들이 이기는 전술만 배우고 정작 야구의 기본이라고 하는 기본들을 다 무시한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세계에서 가장 잘 한다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스프링캠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한다. 나도 현역시절인 1984년 삼성라이온즈 시절 한국프로야구 팀에서 처음으로 LA 다저스 캠프장인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한달 넘도록 캠프 간적이 있다.

이때는 모든 것들이 다 역사적인 일들이었다.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때 이건희 구단주는 오말리 LA 구단주에게 연락해 함께 훈련하고 게임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캠프 한달 넘도록 이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LA 다저스 구단주가 특별히 각 포지션마다 지도자들을 파견했고 또 저녁마다 선진야구를 배우기 위해 강연을 들었다.

그렇게 한달이 넘도록 선진야구를 배우고 저녁마다 강연을 들었지만 늘 이들 코치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기본기였다. 이때 감독이나 지도자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들려서 멀리 미국까지 왔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기가 아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전술과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이들이 우리에게 이런 반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전술이 있고 그런 기술이 있으면 자기들에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하는 말이 기본기가 잘 되어 있어야 선수 개개인마다 놀라운 기술들이 나온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였다.

엄형찬 선수는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어린선수들이 야구를 시작하면 하나 같이 한국프로야구에 스카우트 되어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엄형찬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국내 무대가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에 들어가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이다.

그런 꿈을 갖고 단 한 번도 꿈을 접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기가 생각했던 기량이나 실력이 나타나지 않아도 자신이 갖고 있는 꿈을 마음에 품고 어린 시절부터 하나씩 그 실현들을 실천하기 위해 영어공부부터 시작했다. 엄형찬 선수가 이만수 포수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인터뷰 할 때 이런 이야기 들었을 때 갑자기 나의 몸에서 전율이 흘렀다.

나 또한 중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할 때 메이저리그에 들어가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남들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연습을 했다. 그러나 내가 엄형찬 선수보다 못한 것이 꿈만 있고 생각만 했지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엄형찬 선수가 얼마나 대단하고 주관이 뚜렷한 선수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에서 엄종수 코치가 어린 시절부터 절대 포수만큼은 시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본인은 다른 어느 포지션 보다 매력적이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포수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깨달았다.

지금은 엄형찬 선수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입단해서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한다. 그와 또 엄종수 코치와 많은 이야기 나누면서 깜짝 놀란 것이 이미 어린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눈 여겨 보며 계속 체크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되면 자기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미련도 있을 법 한대 엄형찬 선수는 한국무대가 아닌 세계 선수들이 다 있는 메이저리그가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영어공부와 아버지인 엄종수 코치로부터 미국생활과 마이너리그 그리고 미국에서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경기하며 또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듣고 배웠다고 한다.

올해 엄형찬 선수의 타격 또한 놀라울 정도로 좋은 편이다. 올해 그의 타격 성적은 21경기에서 82타수 32안타 3홈런 30타점 타율 0.390을 기록했다. 정말 포수로서 엄청난 기록이다. 거기다가 더 중요한 것은 엄형찬 선수의 뛰어난 송구능력이다. 연습하는 장면이나 경기장에 직접 가서 1루나 2루 그리고 3루에 송구하는 것을 직접 보고부터는 국내 고교선수 중 최고의 포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엄형찬 선수에게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타격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것은 미국은 마이너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구질과 빠른 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마이너리그는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기보다 빠르고 강한 구질로 승부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어린 투수들이 손가락 장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스카우트들은 첫 번째가 빠른 볼과 강한 어깨를 많이 관찰하는 편이다. 마찬가지다. 마이너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도 이들은 빠른 볼로 승부하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평균 95~97마일 이상 던지는 강하고 빠른 볼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처럼 큰 스윙을 갖고서는 이들을 상대하기 어렵다.

타격하기 위해 발사 위치에서 가장 짧고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스윙을 가져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스윙을 고치라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스윙을 그대로 살리고 지금부터 타격할 때 발사 위치에서 최대한 짧게 나오는 스윙을 타격코치와 많이 이야기 해서 고쳐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들은 빠른 볼과 다양한 구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석에서 많이 (좌, 우 또는 위 아래로) 움직여서 타격하면 안 된다.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지금처럼 타격하면 된다. 그리고 타석에서 노려서 타격하지마라. 이들은 다양한 구질을 던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어린선수들처럼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타격하지 않았으면 한다.

타격을 많이 하고 또 많은 경기를 하다보면 스스로 타격 타이밍을 잡게 되고 또 직구 치러 나가다가 변화구 들어오면 본인 스스로 타이밍을 잡아서 타격하는 것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타격할 때가 가장 좋은 타격이 나온다. (타자가 가장 힘들어 하고 머리를 지어 짜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또 블로킹은 잡는 것이 아니라 잘 막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마라. 또한 1루 주자가 2루에 도루할 때 항상 한쪽 눈인 오른쪽 눈은 주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많은 훈련과 경기를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매일 매일 야구일지 쓰는 것 잊지 마라. 가장 먼저 팀의 투수들 장점과 단점을 다 파악해서 기록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불펜에서 투수 볼을 많이 잡다보면 어떤 폼에서 어떤 볼을 던지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 하느냐? 하면 포수는 잡는 것만이 포수가 아니다. 좀 더 포괄적으로 여러 방면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야구 끝날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 노력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어리고 만들어 가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오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30대 초반부터는 많은 연습보다는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운동 끝날 때까지 규칙적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야구는 상대방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만 잘 명심하면 엄형찬 선수가 얼마든지 미국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엄형찬 선수 파이팅. [이만수=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 와이번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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