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때 아닌 금융권 낙하산 논란..지배구조 '공든 탑' 무너진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1.11 10:49 의견 0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매년 이맘때 수장 인사로 금융권이 어수선하지만 올해는 좀 더 유난하다. 때아닌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한때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던 시기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횡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수년간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다져온 금융지주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금융지주 회장은 4명이다.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달 끝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김지완 BNK 회장은 지난 7일 조기 사퇴했다.

이에 각 금융지주는 조만간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들이 최근 거둬들인 실적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연임에 성공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사상 최대 실적이 연임의 주된 근거가 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는 친정권 성향의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부 입김이 센 국책은행이나 농·수협의 경우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민간의 금융지주에까지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지배구조를 탄탄히 다져왔다. 과거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던 시절 내부 분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내려온 낙하산 인사를 겪었던 금융사들은 지배구조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그 자신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음에도 지배구조 관련한 내부 승계의 원칙을 확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들 관련 이슈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BNK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의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의중이 작용했던 것 아니겠냐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숙원이었던 완전민영화를 달성하고 민간 과점주주 체제를 구축한 우리금융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 관련 1년 넘게 방치됐던 ‘문책경고’의 중징계가 손태승 회장의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갑작스레 금융당국의 의결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설 수도 있지만 향후 비은행 부문 강화 등 과제를 안고 있는 회사 상황을 감안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징계와 관련해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못 박았지만 1년 묵은 중징계 카드를 꺼낸 타이밍이 무척 공교롭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번번이 반기를 들었던 금융노조마저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금융권의 이러한 거부감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현상의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자금 시장의 경색으로 금융지주와 은행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한 번의 잘못된 헛발질이 총체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금융권이 새긴 교훈이다.

위기일수록 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들여 쌓은 탄탄한 지배구조가 제 역할을 할 때다. 어떤 수장을 선택할지는 금융사의 자율에 맡기되 이들의 경영을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올바른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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