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독립경영 보장 문서화" 중흥 "말도 안되는 요구"..매각 막바지 '파열음'

송정은 기자 승인 2022.01.18 11:40 의견 0
지난 17일 오전 대우건설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이 대우건설 본관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을 막아선 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대우건설 노조]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독립경영 보장을 문서화하라는 대우건설 노조 측의 요구를 놓고 양 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건설기업 노동조합 대우건설 지부(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오전 7시부터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 마련된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중흥그룹 인수단의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에 중흥그룹 인수단 측은 17일 오전 9시 경 전원 대우건설 본사에서 철수했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중흥그룹측이 스스로 아무 법적권한이 없어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표리부동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인수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우건설 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흥그룹의 인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흥그룹은 지난해 12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하고 주식매매계약(SPA)를 맺고 이르면 다음달 최종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 측과 대우건설 노조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인수 마무리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인수 이후 양 측이 온전한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앞서 중흥그룹이 약속한 '독립경영 보장'과 관련한 문서화를 줄곧 요구해 왔다.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독립경영 담보를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사내 계열사 외 집행임원 선임 임원 제한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본부 분할매각 금지 ▲자산매각 금지 등이다.

앞서 중흥그룹의 정창선 회장도 지난달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내부승진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능력위주 발탁 인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흥그룹 측은 매각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주주로서 법적 권한이 없어 인수 조건을 문서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 심상철 위원장은 "인수과정에서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법적권한과 상관이 없다. 합의서를 작성하면 효력발생시점을 정확히 명시하게 되는데 이런 핑계를 대는 것은 애초에 요구사항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설령 법적지위가 생긴다고 해도 중흥 측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지도 만무하다. 법적지위가 생긴 이후 노사관계로 풀어나갈 것이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또 이야기가 바뀔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이어 지속적인 매각반대 투쟁 의지도 밝혔다. 심 위원장은 "딜(최종 인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딜이 마무리되더라도 중흥그룹을 대우건설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방침이다"며 "광주 중흥그룹 본사에서 시위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흥그룹 측도 현재 대우건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막무가내로 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정창선 회장이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능력위주 인사 발탁 등을 언론에 공표해 놓은 상황이다. 그룹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을 안 지키게 되면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대우건설 노조 측이 요구사항을 지나치게 막무가내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를 다 들어줄 수 있는 회사가 어디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딜 클로징(협상마무리)이후 최종적인 법적지위를 획득한 이후 대우건설 노조 측과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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