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문제없다는 이동걸 회장..‘구조조정 원칙론’ 무색

“대우건설 매각, 법률적 문제 없어”
기업구조조정에서 원칙론 강조..대우건설은 예외?
시민단체 “공개입찰 원칙 어겨..국고 낭비 책임”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9.15 11:33 의견 0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3일 진행된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KDB산업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 절차와 관련해 ‘합법적’이란 입장을 내놨다. 다만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간 기업 구조조정에서 원칙을 강조해온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3일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KDBI의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법률적으로 큰 문제 없다고 보고 받았다”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I는 대우건설의 인수 우섭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최종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KDBI가 본입찰이 마감된 상황에서 중흥건설의 인수조건 조종 요청을 받아들여 재입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중흥건설이 당초 제시한 입찰가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에 우선협상자로 낙찰됐다.

이를 두고 특정업체의 입찰가를 낮춰주기 위한 재입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원매자로 특정 업체를 정해놓고 사전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밀실·특혜 매각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산은은 KDBI의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위법사항 및 불공정성 여부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동걸 회장이 지금까지 받은 중간보고 결과로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우건설 지분 매각은 자회사 KDBI가 모든 것을 주관해 관련 없고 KDBI는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기존 산은 입장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 기업 구조조정에서 원칙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신념이 흔들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회장은 과거 취임사에서 “국가 경제와 대상기업에게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 아래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매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입찰가를 깎아줬다.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공개경쟁입찰이었어야 하는데 입찰공고가 없었다는 점과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을 KDBI에 넘긴 과정의 위법성 여부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식매각에 관해 입찰의 형식을 빌렸으나 입찰공고 없이 사전 접촉한 매수 희망자들의 매수가격을 감액시키는 등 수의계약에 의해 대우건설 주식을 매각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에서는 ‘기관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은 자회사인 KDBI는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입찰을 피했다.

산은이 KDBI에 대우건설 지분을 넘긴 과정자체도 문제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구조조정의 효율성 및 신속한 매각을 위해 KDBI를 설립하고 최초로 대우건설 지분을 매수했다. 이 과정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기타공공기관 운영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의계약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공공기관의 운영은 공익성이 본질로 계약 체결은 최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반경쟁 입찰이 원칙”이라며 “특수한 경우 사업 운영의 신속성 내지 효율성 등을 고려해 계약의 목적·성질상 필요한 경우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경쟁입찰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에 한정해 수의계약이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대우건설 지분 매각 행위 전반에 대해 위법행위가 없었는지 살펴봐달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2010년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공적자금만 3조20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입찰 이후 매수의향자 요구만으로 2000억원을 깎아줬다면 산업은행은 국고를 낭비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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