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혜자카드 없애고 'PLCC' 처방하는 카드사

올해 카드 35종 단종.."수익성 악화 탓"
소비자 "혜자카드 사라질대로 사라져"
롯데·삼성·현대카드, PLCC 출시 예고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4.20 14:14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카드 혜택 축소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당국 규제 등으로 '혜자카드(연회비에 비해 혜택이 좋은 카드)'가 대거 자취를 감춘 가운데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가 그나마 '혜택 안전지대'로 불리면서 새로운 처방전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가 신용카드 22종을 발급 중지했다(4월 9일 기준). 지난해 상반기 기준 76종 카드가 단종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카드 단종 건수는 2018년 82건에서 ▲2019년 160건 ▲2020년 157건까지 꾸준히 늘어난 바 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에는 단종카드가 신규카드보다 많았다. 올해는 체크카드까지 합하면 35종의 카드가 단종되고 63종의 카드가 출시됐다.

사라진 카드보다 태어난 카드가 많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혜택이 많기로 유명한 '혜자카드'는 이미 사라질 대로 사라졌고 새 카드에 탑재된 혜택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소비자들은 단종된 카드를 두고 "텔로(롯데카드 상품) 통신비 혜택 대박인데 단종됐고 내 유효기간은 24년까지", "KB파인테크 돌아와", "코로나 때문에 여행 못가서 다이너스(현대카드 제휴 상품) 라운지 혜택 못 썼는데 연장하거나 새로 내주면 좋겠다", "시럽(농협카드 상품) 곧 끝나는데 딱히 갈아 탈 카드가 없어ㅠ" 등 아쉬움을 표했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와 가맹점수수료 인하 추세로 나빠진 수익성을 고려해 기존 카드를 없애거나 카드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19년과 작년에는 단종카드가 신규카드보다 많았다"며 "2018년도를 기점으로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속도를 내면서 카드사 업황도 나빠졌고 기존 카드를 리뉴얼하거나 단종시키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 악화를 일으키는 상품 위주로 한창 정리가 된 상태"라며 "현재 추이로 보면 올해는 새 카드나 리뉴얼 상품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는 '카드의 단종과 출시'를 소비자가 더이상 찾지 않아 단종 시키거나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 라인업을 짜기 위한 경우로 해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상품을 출시할 땐 현재 국민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점들을 염두에 두고 선보인다"며 "카드 상품은 대개 상당 기간이 지나면 매력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단종되는 대부분의 카드 상품도 오랜 기간 서비스해왔거나, 현 시기 트렌드와 적합하지 않아 단종시킨 사례"라고 봤다.

혜자카드 출시에 발목이 잡힌 배경에 '금융당국 규제'가 한몫했단 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가맹점 부담을 덜기 위해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는 ▲향후 5년 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품을 출시 ▲새 카드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판매 수익이 더 크도록 설계 ▲상품에 적자가 나면 이사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

카드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비용 혜택이 담긴 상품을 출시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단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는 혜자카드를 구경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혜택 안전지대로 꼽히는 PLCC가 소비자에게 약효 좋은 처방전이 될 지 관심이 모인다.

PLCC는 카드사가 타 기업과 제휴를 맺고 해당 기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 개인은 본인 만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골라 집중된 혜택을 받을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카드사도 이같은 소비심리를 공략하기 위해 핀테크,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제휴처와 손잡고 시장 개척에 한창이다.

롯데카드는 다음달 핀테크 업체 '핀크'와 손잡고 PLCC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도 ▲삼성카드는 다음달 카카오페이와 ▲현대카드는 올 하반기 네이버와 합작 PLCC 출시를 예고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 경쟁이 달아오른지 얼마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의 전체적인 혜택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가맹점 수수료 논의 결과에 따라 혜택 축소 우려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향후 방향을 점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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