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웃을 때 이자 갚느라 팍팍..'빛과 빚 사이' KB손보 앞날

3월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 첫 100억 돌파
"연내 8000억원 후순위채 발행..IFRS17 대응"
"금리 더 낮아질 곳도 없어..역마진 우려 감수"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4.19 15:00 의견 0
KB손해보험 본사 [자료=KB손해보험]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KB손해보험이 '빛과 빚' 사이에 놓였다. 김기환 사장의 지휘로 장기인보험이 탄력을 받아 지난달 초회보험료 첫 100억 돌파, 빛을 보기 시작한 KB손보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역마진 부담이 커지면서 빚 감당 우려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지난달 처음으로 초회보험료가 100억원을 넘었다. 전월(2월)보다 35.7% 오른 수치로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보) 통틀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장기인보험이란 암·치매·어린이보험 등 장기간에 걸쳐 사람(人)의 질병과 사망, 재해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손해보험업계 실적의 60~70%를 책임지는 분야다.

KB손보의 장기인보험 성장세는 김기환 사장이 그려낸 성과다. 연초 취임하자마자 영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는 설명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올해 수장이 새로 등장하면서 경영전략과제 중 하나인 가치경영 기반의 확고한 MS(시장점유율) 성장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작년 5월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를 탑재한 암보험으로해당 시장 점유율이 많이 높아지는 등 상품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온 영향으로 좋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계속해서 장기인보험에 주력할 것"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지난 2017년 제외하고 전부 적자였고 장기보험 중에서도 실손보험은 적자 폭이 굉장히 큰 상황이고 남은 일반보험은 비중이 작아 수익성 견인책으로 묶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자료=KB손해보험]

수익성 좋은 장기인보험을 파고들은 KB손보가 시장 점유율을 한층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업력을 뒷받침 할 만한 체력 강화가 우선이란 소리가 나온다.

현재 KB손보의 RBC(지급여력)비율은 꾸준히 하락세다. 2019년 말 188.5%였던 RBC비율이 지난해 말 177.6%로 낮아진 것. 손보업계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RBC인 247.7%를 훨씬 하회하는 수치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탄탄하단 의미다.

KB손보는 RBC비율 개선에 필요한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다.

후순위채란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 파산할 경우 가장 나중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자본금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고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의 50%까지 인정 받는다.

KB손보 관계자는 "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상·하반기 나눠 진행할 예정이고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IFRS 도입을 앞두고 RBC 개선과 자본확충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이 만만찮단 점이다. 후순위채 또한 어디까지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오는 '빚'이라서다.

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역마진이 더욱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특히 운용자산이익률이 금리를 밑돌수록 부담은 가중된다.

최근 후순위채를 발행한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들의 발행금리가 연 평균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KB손보도 연 3~4% 수준으로 금리를 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이 2.85% 수준인 KB손보에게 '역마진 규모'가 최대 100억원 가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이자 비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는 동시에 금리가 상승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점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역마진의 우려를 갖고 있더라도 워낙 저금리 상황이다보니 여기서 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라며 "IFRS17 도입에 따른 대응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RBC비율 등 포트폴리오 조절 용도로 발행하는 흐름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보통 채권을 사고 파는 행위를 통해 자산 운영을 하기 때문에 역마진이 또한 계획했을 것"이라며 "물론 저금리로 이자가 늘면서 보험사에 손실이 생길 경우 보험상품 계획과 출시 등 경영 계획에 난항이 아예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없어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