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코로나 ‘자가진단’ 말하는데..진단키트 업계 ‘첩첩산중’

서울형 방역 ‘자가진단키트’ 주인공
식약처 허가 0개..심사 벽 높나
업계 “선호도 높지 않아 개발 늦어”

김성아 기자 승인 2021.04.14 14:56 의견 1
진단키트 개발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자가검사키트 시연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서울형’ 코로나19 방역 전면에 ‘자가진단키트’를 내세웠다.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백신 여권’과 비슷한 효과를 누려 경제와 방역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진단키트 업계의 반응은 ‘반반’이다. 개발이나 출시는 가능하지만 선호도나 심사 기준의 벽에 막혀 국내 시장에 크게 기대는 않는다는 것이다.

14일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목허가를 신청한 기업은 ‘0곳’이다.

자가진단키트를 개발한 국내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피씨엘은 최근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마쳐 오스트리아, 독일 등지에서 진단키트를 자가검사용으로 승인받았다. 휴마시스 또한 체코와 오스트리아에서 자가검사용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미 진단키트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한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자가용 신속항원진단키트인 스탠다드 Q 홈 테스트 등에 대한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신청을 마친 상태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가용 진단키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인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는 규제당국이 자가용 진단키트에 회의적인 점과 내수용에 대한 기준이 높은 점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식약처는 전날 브리핑에서 자가용 진단키트에 대한 명칭을 ‘자가검사키트’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의료현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증폭(PCR)검사 대비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가 떨어져 ‘진단’보다는 ‘검사’에 가깝다는 의견 때문이다.

실제로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이 국내에서 사용 중인 신속항원검사키트와 PCR 검사 내역을 비교한 결과 민감도가 17.5%에 그쳤다.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판명하는 확률인 민감도가 낮은 것은 해당 검사만으로는 확진자를 놓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장에서도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PCR검사와 같이 수요가 확실하면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민감도를 올리는 노력을 하겠지만 현재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단키트 업계는) PCR과 같은 의료진용 진단키트 개발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식약처의 높은 기준도 장벽이다. 식약처는 코로나19 관련 내수용 제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내수용 제품은 허가를 위해 수출용보다 두 배 이상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높은 기준은 내수용 제품 출시 지연을 불러왔다. 진단키트의 경우 국내 허가 제품은 이 달 기준 24개에 그쳤지만 수출 허가 제품은 지난 12월 이미 200개를 넘어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 신중함을 발휘해 관련 제품에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4차 대유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국내 방역의 효율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도 자가용 키트 출시 가속화에 힘을 보태면서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허가 신청 전부터 전담심사자의 검토·자문 및 생활치료센터와 임상기관의 연계를 통한 임상 검체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통상 8개월이 소요되는 제품 개발 기간을 2개월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당국의 지원으로 허가 기준이 완화되면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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