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꼬리표 떼 달라' 외치는 완치자들..보험 가입 퇴짜 '속수무책'

완치자 "코로나 이력 밝히면 보험가입 거부"
당국 "코로나 이유로 가입 차별 말라" 권고
업계 "손해율 우려..타 질병과 똑같이 심사"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4.12 14:09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코로나19 꼬리표가 생긴 것 같아요."

감염병과의 긴 싸움을 끝내고도 보험사가 문전박대 하는 통에 코로나 완치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코로나 완치자'라고 밝히면 1년의 가입 유예를 두거나 값이 더 비싼 '유병력자 보험'으로 유도하는 등 금융당국의 지양 권고에도 여전히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박은빈 보험연구원은 '코로나19 완치자의 보험가입 보장 논의'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은 팬데믹을 연장시키거나 일상 복귀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완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반해 이들의 보험가입 문턱은 되레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완치자들은 신규 보험가입이 거부되거나 미뤄지는 등 보험 차별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코로나 완치자가 9만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규모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단 것으로 풀이된다.

몇몇 중소형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최소 1년까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보험이 급급한 일부 소비자들의 답답함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코로나 완치 판정을 받은 회사원 A씨(32)는 "실손 보험에 들기 위해 설계사를 만났는데 완치되고 1년이 지난 뒤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질병 이력이 딱히 없더라도 코로나 자체가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아 가입을 꺼리는 건가 싶어 체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손보험을 파는 OO손보의 고객 A씨는 "당장 아픈 사람도 아니고 질환이 완치된 사람까지 인수를 거절하고 있다"라며 "보험사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현대 사회에 질병 이력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더군다나 코로나19 완치자인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부 당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보험사 고객 B씨는 "보험은 가능한 빨리 들어놓아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될 지 몰랐다"라며 "주변에 당장 치료가 시급해도 가입 거절 당할까 부러 참으면서 큰 병 키우는 사람도 봤고 특히 코로나 이겨낸 사람한테마저 각박한 심사 잣대를 기울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코로나 완치자' 차별 사례를 두고 최근 보험사와 설계사를 향해 엄격한 감독과 지도를 예고했다.

당국은 "코로나 완치자에게 유병력자 보험에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완치자가 보험 가입 시 감염 이력으로 가입이 막히거나 거부당하는 일을 막고, 보험료가 더 비싼 유병력자 상품으로 유도당하는 부당한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포부다.

박은빈 보험연구원은 "질병 완치자에 대한 보험가입 유예 등은 보험회사가 위험과 손실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취하는 조치"라며 "특히 코로나19는 후유증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밝혀지지 않아 리스크 담보와 손해율 관리가 더욱 어려운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은 팬데믹을 연장시키거나 일상으로의 복귀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완치자에 대한 코로나 낙인과 차별을 지속시켜 완치자의 일상 복귀는 물론 사회 전체의 일상 복귀에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완치자라 가입을 거절하거나 유예를 둔 게 아니다"라며 "다른 질병과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고 내부 인수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 가입 심사 시 코로나19 특혜를 줄 순 없는 일"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보험사들이 모두 비슷한 기준으로 심사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부에서는 "실손 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나날이 치솟는 추세에 가입연령 기준도 크게 낮춘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등 질병 이력을 가진 고객의 가입 문턱도 어쩔 수 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5%다. 보험료가 100원이면 보험금으로 130.5원이 나갔다는 의미다. 전체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2조3608억원으로 최근 3년 간 2조5000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른 병들에 비해 완치 판정 기준이 애매하고, 다른 감염증과 달리 합병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손해율 악화를 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당국에서 코로나19 완치자 가입 유예에 대해 완화를 권고하는 만큼 가입 문턱이 갈수록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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