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극적합의로 ‘배터리전쟁’ 마침표..향후 시나리오는

오수진 기자 승인 2021.04.12 11:14 의견 0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공장 증설 현장.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정경신문=오수진 기자] LG와 SK의 오랜 싸움이 극적인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제는 전세계 배터리 싸움에 집중할 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된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국내외 모든 소송을 모두 끝냈다. 향후 10년간 추가 소송도 벌이지 않기로 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합의문에서 “한국과 미국 전기차 배터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마침내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였던 합의를 선택했다. 이는 K-배터리가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한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계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0위 권 내에 들며 입지를 다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3사 점유율이 대거 올라 합계가 2019년 16.0%에서 34.7%로 두 배를 크게 넘어섰다.

올해는 3사가 톱10을 고수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가속화되자 대부분의 중국계 업체들이 세 자릿수 이상의 급증세를 보였으나 3사는 시장 성장률을 밑도는 증가율을 기록해 점유율이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5.8% 증가한 4.8GWh로 순위는 전년 동기와 같은 2위를, 삼성SDI는 1.3GWh로 23.8% 증가해 순위가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SK이노베이션은 69.0% 증가했으며 순위는 6위로 변함이 없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선방해오던 한국계 3사가 올해 들어서는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중국 지역에서 CATL을 선두로 중국계 업체들의 거래선 확장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경쟁 여건이 앞으로 더욱 험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계 대상은 중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도 배터리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도록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배터리 공급이 아시아 기업 손에 달려있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라는 점에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셰프초비치 부집행위원장은 EU의 배터리 관련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유럽은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셀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600만 대에 공급하기 충분한 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IPCEI(Important Projects of Common European Interest) 프로젝트 완료 ▲친환경 배터리 규제체제 도입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연구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중국을 제치고 전기차 시장에서 부상한 유럽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도 세계 배터리 생산량 중 유럽의 비중이 지난해 7%에서 2030년에는 31%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SNE리서치는 “국내 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시장 흐름에 맞춰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성장 전략 정비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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