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D-100.."예전 걸로 버티자" vs "안전하게 갈아타야"

7월 '4세대 실손' 출시..무리 없는 안착 '미지수'
"새 실손은 보장 좁고 재계약 주기 짧아" 우려도
업계 "의료쇼핑 등으로 손해율 악화..필요한 제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16 15:02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4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100여일 앞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간 만큼 내는 '차등제'를 적용해 합리적이라는 기대와 보장은 줄고 자기부담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뒤섞이는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이 오는 7월 출시될 예정이다. 새로 나올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실손보험은 일부 병원과 환자의 과잉 진료로 손해율이 나날이 높아져 개선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4세대 실손보험의 주요 특징은 ▲병원에 가지 않으면 다음해 보험료를 5% 할인 ▲병원에 자주 가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도수·증식 등)의 보험금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4배 높이는 것이다.

새로운 실손보험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구실손 유지'와 '새 실손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소식이 들려오자 "청구할수록 늘어나는 보험료 차등화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 반대로 "구세대 실손은 의료쇼핑으로 소수의 독식이 심해서 갈아타는 게 훨씬 이득이다"라는 의견도 다수였다.

4세대 실손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대개 ▲비급여본인부담금 증가 ▲짧아진 재계약 주기(15년→5년) ▲보장 축소 ▲청구할수록 늘어나는 보험료(차등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 30대 소비자는 "새로운 실손은 청구할수록 (보험료가) 높아져서 구실손 유지하는 게 좋을 듯하다"며 "4세대는 보장도 덜 받고 재계약 주기도 짧아져서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이 들었을 때나 진짜 아픈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지 영 안좋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내가 든 실손은 10년 됐는데 실손은 오래된 게 좋다고 하고, 안 아픈데도 보험금 타러 병원 투어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안그래도 억울했다"며 "병원에 안가면 그 다음 해에 할인해주는데 안 갈아탈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새 실손보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지는 '미지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실손 제도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며 "당장은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나중에 혜택을 많이 받고 싶거나, 지금은 덜 내고 나중의 경우를 감수하는 등 개개인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서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4세대 실손이 탄생한 배경인 '손해율 악화'의 주범은 '무분별한 의료 쇼핑'이다. '개인별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골자로 한 새 실손 보험이 이 같은 행태를 끊어낼 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손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가량(48.5%, 1조2141억원)을 타간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90.5%다. 소수의 독식이 다수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입힌 것.

한 의료계 종사자 A씨는 "병원에서 일하는데 여가생활처럼 비급여 치료 받으러 병원투어 오는 사람 많다"며 "저렇게 까지 실비(실손보험금)가 나오나 싶을 만큼 타가는 것 같다. 일부 병원들은 실비로 돌려받을 것까지 감안해서 금액 책정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의 부당한 과잉 진료로 가입자 10%가 실손보험금의 절반 가량을 타가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소수의 독식 구조가 굳어진 셈"이라며 "실손 가입자라고 밝히면 보험금을 내세워 안해도 되는 비타민주사나 도수치료 등을 요구하고,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게 이득이니 안 받는 것도 이상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도 새 실손보험을 무조건 독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날이 악화일로인 손해율을 감당하기 힘든 모양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전체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2조3608억원이다. 전체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10조1017억원으로 잡정 집계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수치를 놓고 보면 전년도(2조4313억원)에 비해 손실액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2조5000억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몇년 간 발생손해액을 비롯. 실손 상품 손해율이 개선되기 어려울 정도로 누적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실손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작년말 기준으로 실손보험을 파는 보험사 30곳 중에 무려 11곳이 판매를 그만뒀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실손보험을 평균 20% 가량 인상했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료의 인상을 두고 "예전 실비(실손)이 좋다는 말도 가격이 이렇게 오르면서 좀 안 맞아지는 것 같다", "의료쇼핑 때문에 이럴 줄 알았다", "착한 실손(2017년형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거나 4세대 기다릴까", "설계사인데 보장은 구세대가 더 좋긴 한데 인상률이 너무 높아서 유지못하면 의미 없고 본인이 판단을 잘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등 당국에서 비급여관리강화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비급여 진료가 남용되지 않고 무분별한 의료쇼핑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실손상품을 부담없이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행각을 4세대 실손 도입 전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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