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와 원화 절하 등의 영향으로 3만1000달러대까지 낮아졌다. 1인당 GNI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를 겪은 2008∼2009년 이후 10여년 만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 기준 3747만3000원이다. 이는 2019년 3만2115달러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한국은 2017년 3만1734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2018년(3만3564달러)과 2019년(3만2115달러), 2020년(3만1755달러)까지 4년째 3만달러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전반적으로 낮은 물가(GDP 디플레이터)와 원화 절상의 영향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4.3%)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타격과 원화 절상으로 1.1% 줄면서 2년 연속 뒷걸음쳤다. 과거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2년 연속 감소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는 GDP 디플레이터가 1.3% 상승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실질 GDP가 역성장한데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1인당 소득이 줄었다"며 "주요국들도 실질 GDP 성장률과 명목 GDP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인당 GNI의 이탈리아 역전 여부에 관해서는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 1인당 GNI는 유로화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는데 달러 기준인 우리 1인당 GNI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1.0%로 집계됐다.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겪는 역성장이다. 연간 기준으로 성장 기여도는 민간이 -2.0%포인트, 정부가 1.0%포인트다.

다만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1%에서 1.2%로 높아졌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반도체·화학제품 중심으로 5.4% 증가했다. 재화수출은 반도체, 화학제품 등이 늘어 5.1% 증가했고, 서비스수출은 운수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8.0% 늘었다.

수입은 전기 대비 2.2%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서비스(음식숙박·운수)와 재화(음식료품 등) 소비가 모두 위축돼 전체적으로 1.5% 감소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5% 줄었다.

지난해 명목 GDP는 192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3% 늘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 오른 탓에 미국 달러화 기준(1조6308억달러)으로는 0.9% 감소했다.

2019년 1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GDP 디플레이터는 1.3% 상승하며 플러스로 전환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GDP를 구성하는 투자·수출입 등과 관련된 모든 물가가 반영된 거시경제지표다.

신 부장은 "2019년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우려했는데 지난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섬으로써 우리 경제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정경신문 조승예 기자 csysy24@daum.net 조승예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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