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 물꼬 트나..윤종원 너머엔 은성수가

사외이사 2명 임기 만료, 내달 중 교체
노조 "후보군 전달"..최종 선임시 금융권 첫 사례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2.22 16:20 의견 0
IBK기업은행 본점 [자료=IBK기업은행]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IBK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의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2명이 임기 만료로 다음 달 교체를 앞두고 있는데 노조추천 이사가 추천돼서다.

윤종원 행장이 노사 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한 만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노조 측은 첫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만큼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사외이사 2명 내달 중 신규 선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4명 중 1명인 김정훈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됐다. 다음달 25일에는 이승재 사외이사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임 선임 과정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다음달 중 복수의 후보를 제청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김정훈 사외이사의 공석을 채울 후보자 리스트를 회사 측에 전달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 복수의 후보를 추천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몇 명을 추천했고 누구를 추천했는지는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노조 추천 이사의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은행 측에서 (노조 추천 이사 후보에 대해) 나름대로 검토하고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 측도 저희 쪽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추천 이사 사외이사 선임 상시화를 위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선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교섭 중"이라며 "은행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긍정적인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 '인적 보증' 노조추천이사 선임 가능성↑

업계에서는 윤 행장이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와 약속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과거에 비해 노조추천 이사 선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윤종원 행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기업은행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직접 사외이사가 돼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다.

윤 행장은 취임 후 첫 국회 업무보고에서 "전체 사외이사 중 한 분이 주주뿐아니라 직원의 이익을 대변해준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만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노사 간 합의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인적 보증'을 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해 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노사 공동 선언문을 통해 '은행은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 윤 행장 "현행 법 따라 선임"..노조 의견 청취 언급

윤 행장은 이달 초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 선임에 대해 "중소기업은행법 등 현행 법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며 '법 개정'을 제도 도입 추진의 전제로 내걸었다.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데 대해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노조 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노조의 추천이 곧장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행장은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직원(노조)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며 노조를 의견 청취 대상으로 언급했다.

이어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특정 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행장은 "노사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의견을 건설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성숙된 노사관계 확립이 중요하다"면서 "갈등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노사문화를 열어나가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최종 후보 탈락 가능성도..금융권·공공기관 관심 고조

기업은행의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권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의 관심도 크다. 이번에 '선례'가 만들어지면 노조추천 이사 선임이 금융공공기관으로 확산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내세웠다. 같은 해 11월 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KB금융노조의 주주제안에 대한 찬성 의견은 2017년 임시주주총회에서 17.8%,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4.3%에 그쳤다.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반대한 영향이 컸다.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기업은행장의 후보 제청' 단계까지는 포함되더라도 금융위 최종 문턱에서 걸러지며 결국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행장이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며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음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에서도 노조추천 이사 선임이 여러 차례 추진돼 왔으나 실제 선임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

수출입은행에서 지난해 1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탈락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도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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