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은행, 이익공유제 타깃..서민금융 기금 출연하나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1.26 14:36 의견 0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금융그룹 건물 전경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코로나19 역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국내 시중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열풍을 타고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은행권 이익이 전년 대비 상당 폭 늘었기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로 이득을 얻은 금융권이 양극화 완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서민금융 기금에 새로운 출연자로 참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성과급 180~200% 수준..격려금·위로금에 복지혜택도 강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노사가 차례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빼고 대부분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4개 은행 노사 모두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앞서 합의한 1.8%를 받아들였다. 1.8%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은행마다 '보로금' 등 명칭에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이 10%포인트(p)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부지점장의 월 기본급이 700만원 정도 된다고 보면 1400만원 정도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180% 가운데 30%를 오는 3월경 주식 형태로 지급한다.

지난 13일 임단협을 타결한 우리은행 노사의 경우 특별상여금 수준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뒤 지급 여부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률이 전년도(2%)보다 0.2%포인트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들의 주머니가 오히려 더 두둑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연말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15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상당수 호봉에서는 성과급 비율 하락(10%p)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월 기본급이 700만원이라면 성과급은 70만원(10%) 줄더라도 전년에 없었던 150만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성과급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이 전년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셈이다.

새 복리 후생 제도도 많이 도입됐다. 농협은행 노사는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여비 개선 등에 합의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대1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 신설,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반반차 휴가 신설, 회사가 보증금의 반을 내주는 공동 임차제도 도입 등을 관철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급 수준은 전년과 비슷하고 일부 격려금 등이 늘어난 부분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창구에서 재택근무 등 없이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위로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한파 속 5대 금융지주 지난해 '사상최대' 이익 전망

은행권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 속에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이 크게 늘면서 내수 업종으로서는 드물게 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KB금융지주가 2조8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등가했다. 신한금융지주도 1.9% 증가한 2조9502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나금융지주(2조10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 3.2%, 4.8% 불어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지주가 무난하게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4대 대형 은행지주 합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1조7000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가파르게 진행되어온 NIM 하락세가 소폭 하락하는 수준으로 주춤한데다 연간 10% 내외에 달할 정도로 대출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바라보고 있는 배경에는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11%대까지 상승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도 높아졌지만 4분기에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율이 더욱 빠르게 상승해 14%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각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지난해말 대비)을 보면 NH농협은행이 9.9%(211조→232조원)로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이 8.7%(269조→292조원)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대출이 각 7.7%(225조→242조원), 7.4%(218조→234조원) 늘었고 우리은행은 6.8%(220조→235조원) 증가했다.

금융그룹별 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도 ▲ KB금융 7조1434억원 ▲ 신한금융 6조450억원 ▲ 농협금융 5조9604억원 ▲ 우리금융 4조4280억원 등으로 전년보다 대부분 늘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주식 위탁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을 몰아줬다.

각 금융 그룹의 계열 증권사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은 ▲ KB증권 6801억원 ▲ 신한금융투자 5369억원 ▲ 하나금융투자 3952억원 ▲ NH투자증권 7315억원으로 1년 새 40∼60% 급증했다.

■이익공유제 타깃으로 지목..서민금융 기금 참여 여부 주목

여당은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금융권을 지목했다.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은 현재 운영 중인 서민금융 기금에 새로운 출연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과 금융권은 서민금융법 개정을 계기로 현재의 서민금융 기금 규모를 5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이 이미 진행 중인 서민금융법 개정으로 서민금융 기금 계정을 재정비하면서 금융사 출연을 더 받는 안을 제시했고 은행 등이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 기금은 '햇살론' 등 정부지원 서민대출의 보증 재원이 된다. 은행 등 대형 금융사의 대규모 기금 출연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사회연대기금을 마련하는 성격이 짙다.

현재 서민금융 기금은 복권기금 등 정부출연금 약 1750억원, 저축은행·상호금융 출연금 약 1800억원을 더해 약 3550억원이 매년 조성된다.

앞서 2019년 말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정부출연금을 올해부터 1900억원으로 늘리고 이에 맞춰 은행 등을 포함시킨 금융권 전체 출연 규모도 2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서민금융 기금은 총 3900억원이 된다.

여기에 기금 확대 목표인 5000억원을 채우려면 은행 등 대형 금융사가 적어도 1100억원을 더 출연해야 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의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은 기존에 휴면예금, 출연금 등 재원별로 구분돼 있던 서민금융 기금 계정 구조를 '휴면금융자산관리', '서민금융시장보완', '자활지원' 등 실제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현재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만 지는 기금 출연 의무를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사로 확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은행 등 대형 금융사는 법 개정을 계기로 기금 의무 출연을 시작하는 것에 더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많은 금액을 내놓으라고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사실상 신용등급 3등급 미만 저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데 은행 인가를 줄 때 서민금융을 하지 말라고 준 것이 아니다"면서 "현재는 제2금융권만 출연하는 기금을 은행으로 확대하면 더 많은 금액으로 금융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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