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기능 비슷, 가격 천지 차' 식기세척기..삼성 "독자기술" vs 쿠쿠 "중국기술"

이상훈 기자 승인 2020.10.30 17:20 | 최종 수정 2020.11.02 14:51 의견 1
삼성전자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자료=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같은 듯 다른 듯, 하지만 엄청난 가격 차'

삼성전자의 고급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식기세척기와 중국 메이디가 제작한 식기세척기를 자체 브랜드화해 팔고 있는 쿠쿠의 식기세척기가 거의 비슷한 제품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맞춤형 고급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비스포크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삼성의 12인용 식기세척기가 중국 메이디에서 제작해 자체 브랜드로 내놓는 쿠쿠의 제품과 구조와 성능이 거의 비슷하다. 

삼성전자와 쿠쿠에서 내놓은 두 제품을 보면 모두 12인용, 3단 트레이, 고온수 살균 세척 등 기능이 동일하다. 기능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품은 쿠쿠가 중국 메이디사에서 제작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과 생산자가 동일하다. 

그런데 삼성전자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140만원대, 쿠쿠 식기세척기는 80만원대에 출시됐다. 삼성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패널 색상이 다양해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같은 중국 메이디에서 제조한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스포크 식기세척기의 3단 수납구조 (자료=삼성전자)
쿠쿠 식기세척기의 3단 수납구조 (자료=쿠쿠)

삼성전자와 쿠쿠의 식기세척기는 바구니, 중단 세척 날개, 필터 등 부품 대부분이 같다. 특히 중단 세척 날개는 서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했다. 

식기세척기 하단 음식물 찌꺼기를 거르는 '거름망 필터' 역시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삼성의 '브랜드 가격' 때문인지 주변 부품의 가격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서비스센터에 확인해 본 결과 쿠쿠의 필터 거름망은 7500원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거름망은 5배 이상 비싼 4만4000원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식기세척기와 쿠쿠 식기세척기의 중단 날개가 거의 동일하다. (자료=한국정경신문)
삼성전자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거름망(왼쪽)과 쿠쿠 식기세척기 거름망(오른쪽) 사이즈가 같다. (자료=한국정경신문)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식기세척기가 ODM(생산자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책임지고 만드는 방식)이 아닌 OEM(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주문자 상표를 부착해 제작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제조는 메이디에서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술이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비스포크 12인용 식기세척기와 쿠쿠 12인용 식기세척기 모두 중국 메이디가 제조한 제품이다.(자료=각사 홈페이지)

삼성전자 관계자는 "식기세척기 안 최상단 회전날개와 하단 회전날개는 우리 특허 기술로 만들어졌다. 식기세척기는 세척할 때의 알고리즘이 중요한데 삼성전자 독자 알고리즘이 들어가 있다. 타사 제품과도 생긴 것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제품은 720도 회전하는 구조인 반면 쿠쿠는 두 갈래로 돌아간다. 최상단도 우리는 와이드 세척 날개가 적용됐지만 쿠쿠는 스프링클러 방식으로 날개가 없다. 바구니 역시 우리 것은 메탈이지만 쿠쿠는 플라스틱이다"라고 차이점을 언급했다. 

반면 쿠쿠는 식기세척기가 ODM(제조사 개발생산)이 맞다고 바로 인정했다.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지원한다.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삼성의 기술이 들어간 OEM이 맞는 듯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식기세척기에는 IoT(사물인터넷) 연결 기능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능을 넣어 스마트폰 앱에서 원격으로 식기세척기 진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제품이 상당 부분 중국 메이디의 기술력에 의존했다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이유는 현재 삼성전자와 쿠쿠의 식기세척기에 적용된 세척날개 관련 특허가 중국 메이디가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삼성전자 측은 "2000년대 중반 세척 날개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특허가 국내 판매 제품에 국한돼 특허 만료 시점에 갱신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후 메이디에 기술 이전을 했고 관련 특허를 메이디가 중국 내에서 확보했다. 핵심 기술 특히 세척날개 관련 기술은 삼성전자가 메이디에 이전한 것이어서 국내 판매 제품에 삼성전자가 관련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부 상황을 감안하고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기능이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동일 제조업체와 유사한 구조와 사양을 가진 식기세척기가 브랜드만 바꿔 달았다고 출시가격이 60만원이나 차이 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한 네티즌은 "디자인과 AS, 내부 날개 구조에서 차이가 있으니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를 ODM이라 볼 수 없다"고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삼성이 자사의 식기세척기를 홍보하면서 내세운 게 자체 개발했다는 독자적 세척 기술인데, 그 기술이라는 게 알고보니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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