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몸살 앓는 유통업계..홈플·CJ푸드빌, 노조·가맹점주 대치 "안 풀리네"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9.15 15:01 | 최종 수정 2020.09.15 22:45 의견 1
사진은 지난달 11일 대전 서구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 관계자들이 경고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외식업계가 사측과 노조, 사측과 가맹점주 간 갈등으로 어지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잇단 점포 매각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극해 달한 상태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매각 결정이 가맹점주 측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가맹점주의 반발로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홈플러스, 세 번째 점포매각에 갈등 최고조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사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 없이 이윤만 가져간다”는 주장이고, 사측은 “노조 반발은 홈플러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서로 맞서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전날인 14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형태의 문제점-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매장 매각 행위를 비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의 매각을 확정한 상태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이윤만 빼 가고 튼실한 점포를 문 닫게하는 등 부동산 개발이익에만 급급하다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김기환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1조원 투자와 고용안정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흘렀고 수천명 동료들이 홈플러스에서 사라졌다”면서 “이제는 멀쩡히 최고 수준의 매출을 자랑하는 매장을 문을 닫는다고 해 싸움에 나섰다”고 밝혔다.

노조가 홈플러스의 폐점 매각을 두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량 실업 사태다. 사측은 잇따른 폐점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노조는 강제 전환배치와 부서 통합운영 등을 실시하면서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토론회에 사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억지주장으로 멀쩡한 직원들에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황금연휴, 명절연휴에 기습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월급은 올려달라면서 회사가 망하면 월급도 못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철없는 아들로 비유했다. 사측은 “가세가 기울어 당장 이번달 공과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와 수도가 끊길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다”고 예시를 들며 “부모가 고육지책으로 집에 있는 자동차 중 한대를 중고차로 팔았는데, 그 집 아들이 멀쩡한 차를 왜 파냐면서 이미 판매한 자동차 열쇠를 들고 저 멀리 도망가고 있다. 이 철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사측은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한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사업 환경이 계속됐다. 점포 자산유동화를 통해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웠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폐점 매각이 예정된 대전의 2개 점포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전 지역 노조 지회를 투쟁위원회로 전환하고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시민대책위를 꾸릴 방침이다.

CJ, 뚜레쥬르 매각 난항 예상..가맹점주 “CJ급 이상 대기업 인수해야”

CJ그룹은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매각을 놓고 가맹점주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매각 결정 시 당사자들인 가맹점주 측의 의견은 배제된 채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진행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에 뒤늦게 CJ그룹이 가맹점주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지만 서로 합의에 이르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CJ 측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모처에서 뚜레쥬르 점주들의 모임인 전국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지난 11일 딜로이트안진이 뚜레쥬르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CJ 측이 점주들과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점주들은 CJ 측에 ▲사모펀드로의 인수 절대 반대 ▲CJ급 이상의 대기업이 인수하면 전향적 검토 등 2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가맹점주 협의회 측은 “사모펀드는 뚜레쥬르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보다 이익을 극대화한 뒤 또 다른 기업에 매각할 것이 뻔하다”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점주에게 전가되는 등 상생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결사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J급 이상의 대기업이 인수’ 조건과 관련해 “우리가 2위 브랜드인 뚜레쥬르를 선택하고 전 재산을 투자한 것은 CJ라는 대기업과 그 상생 문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CJ라는 타이틀이 사라진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그 이상급의 대기업이어야 한다. 제빵은 여러 가지 요소가 융합된 ‘종합 예술’과도 같은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CJ 측은 이 자리에서 가맹점주들에게 “협의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1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답변을 주겠다”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11일 진행된 예비입찰에서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일반 기업을 포함해 5∼6곳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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